[취재여록] '내탓' 필요한 가구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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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세계 최고의 '가구 나라'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가구 수출액은 1백1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2∼4위권 수출국인 독일 스페인 중국 3개국의 수출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탈리아 가구산업의 강점은 생산규모보다 품질과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해마다 개최되는 밀라노가구전시회는 가구산업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전시회를 통해 이탈리아 업체들은 거의 1년동안 수출할 물량을 수주한다.
한국은 어떤가.
원자재인 원목을 수입해 생산하는 체제는 이탈리아와 비슷하다.
손재주도 이탈리아 못지 않다.
하지만 수출은 연간 2억∼3억달러에 그친다.
기술이나 디자인 개발보다는 선진국 디자인을 베끼는 데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대다수 가구 선진국들이 자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전시회를 통해 주문을 받아 수출로 연결시키는 것과 달리 국내 가구업체들은 국내전시회에 관심이 없다.
해외전시회는 열심히 참관하지만 정작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회 참가는 꺼린다.
이렇다보니 올 10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유일의 국제가구전시회인 '서울국제가구전시회'에는 주로 중소기업만 참가하게 될 전망이다.
국내 간판 가구업체들이 전시회참가를 기피하는 이유는 "참가해봐야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그러면서 이들 가구업체는 국내 가구산업이 죽어가고 있다고 아우성친다.
가구생산업체들의 단체인 가구연합회는 최근 가구특화단지지정,전문대학 설립,물류단지 조성 등을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경기도 등에 건의했다.
국내 가구업계가 지난 몇년 동안 극심한 어려움을 겪은 것은 경기침체 탓도 있다.
정부의 지원이 미미했던 것도 원인인지 모른다.
하지만 디자인과 품질개발보다는 가격경쟁에 의존해온 구태의연한 영업방식,과잉투자 등이 한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안방에서 개최되는 국제가구전시회를 통해 외국바이어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데도 원인이 있다.
가구업계는 다양한 정부 지원책을 요청하기 전에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계주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