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과 초등학생을 상대로 미국교과서로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이 인기를 끌고 있고,여름 방학을 맞은 지난 2개월에 5만원 정도의 미국의 영어 수학 과학 교과서가 2만여권이나 팔려 나갔다고 한다. 영어를 잘하도록 혀 밑을 자르는 수술도 하고,영국과 캐나다에 어학연수를 갔던 대학생이 살해당하기도 하고,어학연수비를 벌기 위해 윤락행위를 한 사건도 일어났다. 직장인들도 퇴근하면 영어학원에 나가는 사람이 많고,어떤 부처에서는 보고나 회의를 영어로 하도록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외국어공부는 어려운 일이다. 영어는 원주민의 셀틱어와 도버해협을 건너온 정복자들의 독일어와 프랑스어가 섞여서 형성된 다원적이고 관습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표기 발음 뜻 문법이 더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같은 길도 큰 길은 프랑스어에서 온 Boulevard,보통 길은 독일어에서 온 Street,작은 길은 원주민 말인 Road가 되고,소는 원주민이 키우고,바다 건너온 정복자들이 주로 먹기 때문에 같은 '소'라는 말도 원주민 말인 Cow는 살아있는 '소'이고,외래어인 Beef는 주로 '쇠고기'로 쓰이게 됐다고도 한다. 발음도 어떤 경우는 생략되기도 하고,어떤 것은 프랑스어식이고,어떤 것은 독일어식이라 종잡기가 어렵다. 단어의 뜻도 다른 외국어는 보통 한두개 정도인데,영어는 뜻이 다양하고,어떤 경우는 한페이지 가깝게 설명돼 있는 것도 본다. 한마디로 '들쭉날쭉'에다가 '중구난방'이라 어렵기 그지없다. 그래서 영어는 웃고 들어가서 울고 나오고,독일어는 울고 들어가 웃고 나온다는 말도 생겼다. 외환위기 전 한때 미국인 영어 가정교사들이 서울의 동네마다 활보하고 다닐 때 미국사람을 만나 "영어가 하도 어려워 당신들은 영어산업 하나로도 먹고 살겠다. 나는 40년을 영어 공부했는데 아직도 헷갈린다. 너의 나라가 독립될 때 한표 차로 독일어를 누르고 영어가 공용어로 됐다는데,차라리 독일어가 공용어가 됐더라면 우리가 이 고생을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영어는 논리적인 체계보다 현실적인 관행으로 발달된 언어라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어렵다. 국제회의에서 일본대표단은 영어가 잘 안돼 웃고(Smile),자고(Sleep),조용한(Silence) '3S 대표단'이라 불린다고 어떤 일본 외교관이 말했다. 외국과의 어떤 협상에서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고 '예스,예스'하다가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우리도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히딩크로 가까워진 네덜란드는 유럽의 작은 나라이지만 Philips나 Royal Dutch Shell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갖고 있고,유럽에서는 독일 다음으로 대외채권을 많이 갖고 있고,1인당 해외원조액은 세계최고라고 자랑하는 말을 들었다.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은 동으로는 그리스까지 포괄하는 유럽의 중심항구요 물류센터가 되고 있다. 모든 부문에서 개방적이고,일찍부터 영어를 제2공용어로 채택해 초등학교부터 수업의 반은 영어로 가르쳐 영어가 잘 통하는 것이 네덜란드가 이렇게 된 주요 이유라고 한다. 서울 반경 1천2백㎞에 7억의 인구가 살고 있어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우리가 인천공항과 부산·광양항구를 축으로 하는 동아시아의 물류센터가 되고,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지역의 하나라는 금강산·다도해·제주도를 연결하는 관광벨트를 개발해 돈과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세계어인 영어의 소통은 필수적이다. 영어가 세계어가 된 것은 어쩌면 재앙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영어배우기는 개인이나 특정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문제이고,개인뿐 아니라 국가에도 성공의 열쇠가 돼버렸다. 국민의 수요가 이렇게 높으면 정부가 적극 나설 때가 됐다. 어학연수를 못가는 서민들과의 공평과,엄청난 사회비용을 생각해서라도 그렇다. 역사의 고비마다 '민'이 앞서 온 예를 많이 본다. '민'은 영어배우기에 앞서 가고 있는데 '관'은 '민'을 리드는 못해도 따라는 가야 한다. 지구촌의 무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네덜란드와 같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부터 영어를 공용어처럼 가르쳐야 하고,우선은 안전하고 싼 해외어학연수 과정부터 정부가 주선해야 할 때가 됐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