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돈이 넘쳐나는데도 부도율이 급증하고 있다. 또 사채시장에선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어음 할인이 중단되는 등 '국지적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국의 부도업체 수는 지난 5월 3백17개에서 6월 3백49개, 7월 3백69개로 급증하는 추세다. 7월 어음부도율도 전달보다 0.02%포인트 높아진 0.06%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대림수산이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데 이어 천지산업이 부도를 내는 등 신용등급이 낮은 상장기업의 돈가뭄도 심각한 수준이다. 사채시장에선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어음 할인이 거의 중단됐거나 할인이 되더라도 금리가 월 5%까지 치솟는 등 자금시장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사채시장 관계자는 "I,H,S,U사 등 부도위험이 높은 10여개 상장.등록기업의 명단이 돌고 있다"며 "이들 회사의 기업어음(CP) 금리는 부르는게 값"이라고 말했다. 특히 예보의 전직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소송사태 이후 이같은 신용경색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대림수산이 스스로 채권단 공동관리를 신청한 것도 일부 은행과 투신사가 1백억원 가량의 차입금을 일거에 회수해간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예보가 은행원들에게 무차별 손배소를 제기하면 은행이 기업대출에 몸을 사려 본격적인 신용경색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최근의 국지적인 신용경색현상이 지속될 경우 자금수요가 많은 추석 무렵에 기업자금난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연.최철규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