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마누라""두사부일체""달마야 놀자" 등 지난해 흥행 성공한 조폭 코미디영화들은 조폭이 결혼제도,학원,종교계 등 사회와 공식관계를 맺으려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웃음을 무기로 내세웠다. 새 액션코미디 "패밀리"(최진원 감독)는 이와 달리 조폭 내부의 세력다툼과 사랑을 다루고 있다. "밤의 제왕"답게 조폭의 파트너는 "밤의 여왕"인 룸살롱 마담과 호스티스다. "조폭마누라"의 동사무소 직원이나 "두사부일체"의 순진한 학생처럼 조폭의 연인이 낮세상에 사는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술집 여성들과 조폭들의 로맨스가 조폭간 세력다툼과 함께 큰 줄기를 이뤄 조폭영화중 가장 강력한 로맨틱코미디적 코드를 갖고 있다. 목포 출신의 조폭 차성준(윤다훈)과 차성대(김민종) 형제가 "인천상륙작전"을 개시한다. 이 장면은 성준형제가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에 헌화하며 "이제 인천은 우리가 접수하겠다"는 식으로 처리된다. 이들은 최무영(이경영)이 이끄는 토착세력을 주먹으로 평정하며 밤의 주인으로 떠오르지만 룸살롱 패밀리아의 오마담(황신혜)과 호스티스 초희(황인영)란 복병앞에 망신을 당한다. 설상가상으로 최무영의 노림수로 궁지에 몰린다. 이 영화는 성준형제조직과 오마담조직 등 두 패밀리의 싸움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관계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려 한다. 이들 패밀리는 역경에서도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한묶음이다. 성준과 초희,성대와 오마담이 연인관계로 발전하면서 두 패밀리는 하나로 통합된다. 조폭은 흔히 패밀리(가족)적 요소가 가장 강력한 집단으로 불리지만 영화속에서는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부류로 묘사된다. "형님"과 "아우"간의 의리는 작은 이해관계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성준형제같은 혈연관계가 아니라면 오마담과 초희처럼 여성간의 우애가 조폭의 의리보다 훨씬 강력하다. 초희는 최검사의 이마에 혹을 만들거나,조폭두목의 엉덩이에 유리파편이 박히도록 권력과 폭력에 강력히 저항한다. 또 오마담은 초희를 위해 조폭들에게 맞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이들의 강단있는 성격은 성준형제로부터 사랑을 얻어내는 원천으로 작용한다. 완강한 저항이 정절의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이로써 대부분의 한국영화에서 술집 여성들이 정조의 실패로 버림받아 온 것과 달리 오마담과 초희는 사랑을 성취한다. MBC 시트콤 "세 친구"에서 "귀여운 바람둥이" 이미지를 각인시킨 윤다훈은 재치있는 애드리브로 웃음을 자아낸다. "이건 러브야, L.O.B.E.","내 사랑은 당신 하나뿐,원리 유(Onely You)","저게 무슨 여자야? 특수요원이지,지가 F.B.Y인 줄 알아" 등은 윤다훈식 영어다. 그러나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크게 떨어진다. 웃음에 집착한 나머지 에피소드들의 인과관계가 철저히 무시됐다. 여성에 대한 심한 폭력묘사는 리얼리티를 높일 수 있지만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내릴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욕설과 무례함이 빚는 웃음의 뒷맛도 개운하지 않다. 23일 개봉. 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