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의 법칙(The Rule Of Three)'이 산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산업의 판도를 결정하는 황금률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늘고 있다. 이 법칙을 주창하는 미국 고이주에타 경영대학원의 잭디시 세스(Jagdish Sheth) 교수는 3개의 리더 기업이 이끄는 시장구도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강조한다. 세스 교수는 시장을 장악한 빅3를 '제너럴리스트'라고 부른다. 강력한 3개의 파워 기업과 함께 틈새시장을 확보한 '스페셜리스트' 기업도 시장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산업계의 모든 시장은 이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의 두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는게 3의 법칙을 주창하는 학자들의 기본 논리다. 기업의 5가지 유형 =첫번째 유형은 '전면적 제너럴리스트'다. 모든 주요 제품을 다루고 전체 시장 안에 있는 세부 시장들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시리얼 시장에는 켈로그가 있고 자동차 시장에는 포드가 있다. 포드는 적당한 가격의 토러스에서 고급 차종인 재규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차를 생산하고 있다. 전면적 제너럴리스트는 대부분 폭넓은 고정자산과 제품 브랜드로 배가되는 기업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으며 효율성도 아주 높다. 포드와 도요타 모두 고정자산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업 아이덴티티를 누리고 있다. 두번째 유형은 '포트폴리오 제너럴리스트'. 이들 기업의 영향력은 가장 광범위한 시장에 미칠 뿐 아니라 인접해 있거나 전혀 관련이 없는 시장에도 참여한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업체인 P&G는 애완동물 사료에서 치약 미용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GE도 비행기엔진, 발전기, 터빈, 의료영상기기와 같은 다양한 업종에서 경쟁하고 있다. GE와 같이 한가지 브랜드로 다양한 사업부문을 전개하는 포트폴리오 제너럴리스트 기업은 그들이 경쟁하는 각개 시장에서 전면적 제너럴리스트의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세번째는 '제품 스페셜리스트'. 기술 기반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독점 경쟁자들이다. 그들은 한 가지 제품에만 주력한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이 팔고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누가 그 제품을 구매하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들의 사례로는 장난감 업체 '토이즈러스', 고가 오디오 전문제조업체인 '뱅 앤 올룹슨' 등을 들 수 있다. 생명공학 산업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가 있는 암젠이 이에 속한다. 이 회사는 빈혈치료제인 에포젠과 면역체계를 자극하는 누포젠으로 전체 매출 36억달러 가운데 95%를 올리고 있다. 네번째 유형은 '시장 스페셜리스트'. 특정 지역이나 특정 인구층의 수요를 겨냥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다. 예를 들어 리미티드는 여성고객들의 취향과 가격대에 맞는 많은 소매점을 갖고 있다. 보험 스페셜리스트인 USAA는 군 간부들과 그 가족들을 타깃으로 설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폭스바겐은 1980년대에 미국에서 거의 사라졌으나 최근 신세대들을 적극 공략한 덕분에 성공적으로 재기했다. 마지막으로 '초대형 스페셜리스트'가 있다. 제품과 시장 모두를 동시에 전문화한 기업이다. 고도로 집중된 단일 제품, 단일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예를 들어 제품 스페셜리스트인 '풋락커'는 특정 시장 고객에 초점을 맞춘 '키즈풋라커'와 '레이디풋라커' 점포를 대거 늘려 초대형 틈새기업으로 떠올랐다. 두 그룹의 특성 =제너럴리스트는 큰 거래량으로 성공하는 반면 스페셜리스트는 높은 수익에 승부를 건다. 기업의 크기와 규모의 경제를 이용하는 전면적 제너럴리스트는 월마트의 슬로건처럼 '언제나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월마트는 대규모 거래와 공급 체인망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평균 비용과 한계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싼 값에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이다. 반면 스페셜리스트는 고객층을 상당히 좁혀서 그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예측해 기업을 운영함으로써 살아남는다. 예컨대 도심지 슬럼가에 있는 자동수표교환기처럼 스페셜리스트의 제품은 고객이 꼭 필요한 것이므로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의 또 다른 특성은 전자가 가치로, 후자는 이미지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세계 제1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매일 낮은 가격(Everyday Low Price)'이란 슬로건으로 소비자들에게 뿌리를 내렸지만 사실은 가격보다 가치로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다. 가치란 이용가능성, 시장접근성, 편의성, 상품의 질 등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종합한 것이다. 저렴한 가격은 분명 가치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이와 반대로 시장의 최상위에 있는 스페셜리스트는 이미지와 고객 경험의 질로 경쟁한다. 롤스로이스는 고객들에게 독특한 운전경험을 제공하는 마케팅전략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업이 됐다. 롤스로이스는 세계적인 부호나 연예인, 국가원수들이 선택하는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굳혀 틈새시장의 왕좌에 올랐다. 빅3 기업의 개별 전략 =시장의 패권자들인 빅3도 각자 취해야 할 전략이 다를 수 있다. 3의 법칙을 주창하는 학자들은 1위 기업이 지켜야 할 전략적 원칙으로 혁신을 주도하지 말고 재빨리 따라갈 것 산업전체의 표준을 주도할 것 다양한 유통경로를 활용할 것 제품차별화를 추구하고 마진보다 거래량에 집중할 것 시장을 확대할 것 등을 제시한다. 이중 혁신을 주도하지 말라는 충고는 매우 급진적이다. 그러나 미국 맥주시장을 사례로 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다. 미국 제1의 맥주사 앤호이저부시는 2위 밀러사가 라이트맥주를 개발해 강력한 마케팅활동을 펼치고 소비자반응을 확인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 결과 앤호이저부시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손해봤지만 주력 브랜드인 버드와이저에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 밀러보다 늦었지만 더 좋은 제품 '버드라이트'를 내놓은 앤호이저부시는 대성공을 거뒀다. 버드라이트가 9년 연속 두자리수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2위 기업에는 생산적인 마케팅을 할 것 가치에 초점을 맞출 것 분할 방식으로 리더와 공존할 것 리더를 현명하게 모방할 것 등이 권고된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를 모방하되 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맥도널드와 경쟁하면서 철저히 모방한 버거킹이 대표적인 예다. 3위 기업은 혁신하고 제휴하는 것을 모토로 삼아야 한다. 최고의 기회에 자원을 집중할 것 게릴라식 마케팅전략을 구사할 것 수직.수평적 동반자 관계를 모색할 것 등도 요구된다. 3위 기업이 성공하는데 가장 필수적 요소는 혁신이다. 혁신을 하더라도 1,2위 기업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3위 기업은 제품 혁신을 통해 재빨리, 그리고 확실히 차별화해야 성공과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기업은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이 1위 기업보다 훨씬 많아야 한다. 미국의 RC콜라는 코카콜라가 절대로 자기 제조법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판단, 새로운 저칼로리 청량음료를 개발해냈다. '다이어트 라이트'였다. 2위 주자인 펩시는 재빨리 대응했고 코카콜라는 한참이 지난후에야 '탭'이란 제품으로 맞섰지만 대응에 실패했다. RC 콜라는 포장부분에서도 혁신을 꾀했다. 알루미늄 캔을 도입한 것이다. 두꺼운 재활용 유리병을 사용해온 코카콜라는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여 새 포장 라인을 도입해야 했지만 시간 지연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 3위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해답을 RC콜라가 간결하게 말해준 셈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