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수교 10돌] '비즈니스 환경 어떻게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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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후이저우(惠州)에 'LG대도(大道)'라는 거리가 있다.
후이저우의 대표적인 문화.상업 거리인 이곳에 'LG' 이름이 붙은 것은 지난 1월 말.
시 정부가 CD롬 생산 업체인 LG전자 후이저우법인의 경제적 공로를 인정해 준 일종의 '선물'이었다.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에는 '산싱(三星)로'가 있다.
산싱로를 따라가다 보면 팩스 및 프린터 생산 합작법인인 산둥산싱(山東三星)을 만나게 된다.
역시 웨이하이 시정부가 삼성의 지역경제 기여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작명했다.
산둥성 칭다오(靑島)는 한국 중소기업의 꿈이 익어 가는 곳.
약 1천5백여 개의 한국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핸드백 여성장식품 가발 등 다양한 'made by korea' 제품이 이곳에서 생산돼 세계 시장으로 수출된다.
지난 80∼90년대 한국의 고임금에 견디지 못해 칭다오로 진출한 많은 업체들이 지금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은 우리나라 기업에는 '기회의 땅'이었다.
그러나 기회에는 언제나 위기가 따르는 법.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경제에 기회와 함께 위협을 동시에 안겨주는 나라이기도 하다.
오히려 세계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장기적으로는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마쓰시타의 움직임에서 이같은 위기를 감지할수 있다.
이 회사 중국본부의 장충원(張仲文) 부사장이 최근 베이징에서 '마쓰시타의 21세기 중국 전략'을 발표했다.
"오는 2005년까지 해외생산의 3분의 1을 중국으로 옮길 것"이라는게 핵심이었다.
이미 중국에 51개 합작법인을 세운 이 회사는 지난 5월 쑤저우(蘇州)에 반도체관련 공장을, 7월에는 이웃 우시(無錫)에 초경량 건전지 생산공장을 새로 설립키로 했다.
문제는 마쓰시타의 브랜드 파워와 중국의 저임 생산구조가 결합됐을 때 나타난다.
중국에서 생산된 '마쓰시타' 브랜드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과 부딪칠 수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시장으로 직접 파고들 수 있다.
최근 세미나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김영래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충북대 교수)은 "일본기업은 중국과 함께 성장하는 법을 터득했다"며 "중국에서 생산된 저가 일본 브랜드가 한국시장으로 쏟아진다면 우리나라 제품은 설 땅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마쓰시타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세계 주요 업체의 중국행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에서는 최고 기술, 최고 서비스만이 살아남는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실패하면 세계 시장에서 퇴출 될 거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고 있는 중국.
그 곳에서 우리가 살 길은 무엇인가.
일본의 경제평론가인 오마에 겐이치는 그 해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중국을 기업 생산구조에 끌어들여야 한다. 단위 상품 가격에서 제조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디자인 브랜드 유통 기술개발투자 몫이다.
한국은 이 70%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기술을 중국으로 가져가 현지에서 생산, 중국기업 및 외국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산업고도화와도 연결된다."
LG전자 후이저우법인은 오마에 겐이치의 해법을 성공적으로 실험한 대표적 기업이다.
직원 1천5백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이 회사는 작년 약 6억5천만 달러를 수출했다.
한달 약 2백만개의 CD롬을 생산,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수출한다.
LG의 기술력과 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가진 중국의 '세계 공장'이 결합한 결과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