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소설 '1984년'의 작가 조지 오웰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의 소설내용과는 달리 이른바 '빅 브라더(Big Brother)'사회를 만들고 있는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사회 자체다. 사람들은 사생활을 희생시키면서 생활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날마다 도입하고 있다. 신용카드 스마트카드 고객카드 현금인출기 등을 비롯해 인터넷 웹사이트의 방문기록을 남겨주는 컴퓨터 '쿠키(cookies)' 등이 그 사례들이다. 최근에는 감시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소위 '현실(reality) TV'라는 대중오락 프로그램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오웰의 소설속 표현까지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더욱 놀랍다. 이런 현상들을 살펴 볼 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사생활을 희생하기로 결정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개인들이다. 안전과 편의를 위해 사생활을 포기하겠다는 의지가 이처럼 날로 강해지면서 애완동물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움직임을 감시하려는 풍조 덕분에 '위치추적 기술'을 팔려는 업체들은 좋은 사업기회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어린이 유괴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위치추적 기술장치는 큰 환영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제멋대로인 10대 자녀가 몇살이 돼서야 위치추적용 반도체칩 제거 권리가 생기는지에 대한 정책적 문제도 등장한다. 올해 말께부터 영국 런던의 지하철 버스 기차 등을 이용하려면 스마트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이 카드는 요금청구를 위해 2천만명에 달하는 사용자들의 움직임을 날마다 기록하게 된다. 휴대폰 업체들은 이미 가입자의 통화 및 이동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상점들은 고객의 구매 기록을 가지고 있다.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정보보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 국세청 보안업체 등이 조사나 수사를 위해 개인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개인정보는 해커들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며,이러한 정보를 다루는 내부자들로부터의 보호도 필요하다. 미국 과학자협회는 취합된 개인정보가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생활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사생활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소수의 사람들이다. 불법 이민자들과 같이 '편의냐,사생활이냐'의 선택을 할 여지가 없는 사람들도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은 이미 일상 생활을 꾸려 나가기가 어려워진 세상이다. 신용카드 스마트카드 휴대폰 등을 휴대하고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이와 관련한 기초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커다란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특별히 숨겨야 할 사항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사생활 노출'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유의 대가가 불편과 불안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빅 브라더'를 오히려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정부만이 상업목적으로 수집된 개인정보의 이용에 대한 제한규정을 만들면서 '빅 브라더'로부터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주체가 될 것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7일자)에 실린 'Go on,watch me'란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