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보안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국내 수요 부진에 따른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실적 부진으로 울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안철수연구소 하우리 인젠 등 주요 보안업체들은 해외 판매 부진으로 당초 수출 목표를 대폭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올해 해외시장에서 약 85억원의 매출을 예상했으나 일본과 중국시장에서의 부진으로 목표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연말까지 70억원의 매출을 기대했던 일본에선 상반기 12억원에 그쳤다. 또 지난 2000년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고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중국내 매출은 상반기까지 2억원에 머물렀다. 하우리 인젠 등도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싱가포르 미국 일본 중국 등지에 법인을 갖고 있는 하우리의 상반기 해외 매출은 2억원에 그쳤다. 이 회사는 올해 20억원으로 잡았던 해외 매출 목표를 최근 10억원대로 낮췄다. 인젠도 상반기 해외에서 거의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 2000년 말 중국 베이징과 다롄에 법인을 설립,통합보안관리시스템 판매를 시도하고 있으나 다국적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0억원으로 예상했던 수출 목표를 대폭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이처럼 해외 진출 성과가 저조한 것은 사전에 치밀한 준비없이 무리하게 뛰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일본시장의 경우 세계적 보안업체들이 대부분 진출해 있고 판매망 개척도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힘겨운 데도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섣불리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우리의 경우 중국업체와 합작으로 세운 판매유통사 CBNS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회사 운영을 둘러싼 투자자간 갈등으로 와해 일보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에서의 명성을 믿고 뛰어들었던 안철수연구소의 베이징사무소는 중국의 까다로운 비즈니스 장벽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대형 다국적 보안업체들이 대부분 진출해 있는 중국이나 일본시장에서 자체 브랜드로 승부하는 것은 무리수"라며 "최소한의 인력만으로 현지법인을 운영하면서 틈새시장을 노리거나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이 있는 국내 대기업과 협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