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자와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기술이전 및 공급계약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동부그룹의 반도체사업 계획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22일 동부전자는 "지난주 한신혁 부회장 등이 미국을 방문해 아남반도체의 최대 거래선인 TI측과 회로선폭 0.13㎛(마이크로미터·1백만분의 1m)공정에 대한 기술이전 및 공급계약 협상을 벌였으나 견해차가 커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0.09㎛ 공정에 관해서는 아직 협상의 여지를 남겨 뒀다고 덧붙였다. 아남반도체 대주주인 미국의 앰코사도 "동부 TI 앰코 3자간에 기술이전과 제조 구매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협상이 결렬된 것은 TI측이 0.13㎛ 공정기술을 이전하는 데 따른 기술료를 과다 요구하는 등 아남반도체에 적용했던 것과 같은 수준의 우월적 지위를 요구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동부 관계자는 "동부는 0.13㎛ 공정기술을 도시바로부터 이전받기로 한 상태이기 때문에 과다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TI와의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파운드리 사업을 조기에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려는 동부의 반도체 사업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동부전자는 TI로부터 연평균 2억∼4억달러 규모의 고정거래계약을 따낼 계획이었다. 동부전자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미국의 한 회사 및 일본의 두 회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멀지않아 이들 업체로부터 계약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부의 아남반도체 인수도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동부측은 "양해각서 체결이 아남반도체 주식매입의 전제조건이었지만 아남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가격 등의 조건은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앰코 관계자는 "양측이 매각조건 수정에 관한 협의를 시작했으며 곧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그룹은 현재 계열사인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이 아남반도체 유상증자에 참여,지분 9.7%(1천2백만주)를 확보했다. 동부건설도 앰코측으로부터 넘겨받기로 한 지분 16.1% 중 절반에 대한 대금을 지급한 상태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