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兵風)'과 이에 따른 검찰 기획수사설 등 정쟁에 바쁜 국회가 경제관련 현안들에는 '눈길'조차 주지않아 경제 부처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기피 논란에다 검찰의 기획수사설,장대환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으로 정치권이 눈코 뜰 새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할 경제관련 법안들이 적지 않은데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있는 양상이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공적자금 상환대책을 보고하면서 예보채 차환발행에 대해 논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회는 당초 예정돼있던 소위원회조차 이날 열지 못했다. 병역 기피와 관련된 여야간 정쟁으로 의원들이 아예 논의를 기피한 탓이다. 예보채 차환발행 국회동의안은 정부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예보채 4조5천억원을 갚기 위해 지난해 11월 국회에 요청했던 사안이다. 동의안을 제출한 지 10개월이 지나도록 국회에선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3월 4천7백48억원,6월 3천6백60억원을 갚은 데 이어 오는 9월 만기가 돌아오는 3천6백60억원에 대해서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할 처지다. 재경부 관계자는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예보채는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갚을 수 있지만 오는 12월 만기도래분 3조2천9백여억원을 갚으려면 국회 차환발행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올해 말 대통령 선거로 정기국회가 예전보다 한 달 정도 빨리 끝날 것으로 예상돼 가능한 한 빨리 국회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예보채 차환발행에 대한 국회 동의가 늦어짐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안도 확산되고 있다. 예보채 가산금리(동일만기 국고채와의 금리 격차)는 올해 초 0.1%포인트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0.4%포인트까지 올랐다. 올해 세법개정안과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집권여당과 정책협의를 한 뒤 세법개정안과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됐지만 올해는 대통령 탈당으로 여야 구분없이 각 당을 찾아가 설명하고 조율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정치권의 사생결단식 공방이 지속될 경우 세법개정안과 예산안에 대한 논의조차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공적자금 상환대책안은 야당의 반대로 인해 올해 통과될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국채를 발행해 공적자금의 일부를 상환하겠다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한나라당은 공적자금 사용에 대한 국정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에 계류돼있는 관세사법 세무사법 국세기본법 개정안과 회사정리법 파산법 화의법 등 도산관련 3법 통합안도 '정치 급류'에 떼밀려 표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