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에 뚫린 엉성한 시스템..델타정보통신 불법매수 사고 왜 터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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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정보통신 주식의 불법 매수사고는 작전세력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델타정보통신 주식을 저가에 매집한 특정 세력이 한꺼번에 고가 매도하기 위해 기관투자가 명의를 도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당국과 경찰의 판단이다.
문제는 증권사의 온라인트레이딩 시스템 관리에 허점이 드러남에 따라 유사사고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델타정보통신 주식결제 및 거래는 어떻게 되나=신원미상의 투자자가 현대투신운용 명의로 사들인 델타정보통신 주식은 모두 5백만주다.
현대투신은 델타정보통신 '사자' 주문을 낸 적이 없어 주식매수 대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투신운용은 "기관투자가 결제는 운용지시서를 받은 거래은행이 증권사 계좌에 대금을 입금시키게 돼 있다"며 "이에 따라 운용지시서를 받지 않은 거래은행은 대금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고 거래의 결제 책임은 대우증권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도 결제일인 오는 27일 2백50억원 상당의 주식매수 대금을 현대투신운용 계좌에 입금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특정 세력이 계획적으로 진행한 혐의가 짙은 만큼 대량매도 계좌와 세력간의 연관성을 살펴본 후 인출을 정상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신뢰도에 먹칠=이번 사고의 1차 원인은 대우증권의 허술한 온라인트레이딩 시스템 관리체계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대우증권은 오프라인 주식계좌 정보만 입력하면 즉시 온라인 상으로도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명의를 도용하더라도 이를 사전에 차단할 방어막이 없다는 얘기다.
대우증권의 허술한 온라인트레이딩 관리체계는 다른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더욱 명확해진다.
LG투자증권 삼성증권 굿모닝증권 등 다른 증권사는 오프라인 계좌를 갖고 있더라도 온라인으로 주문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LG투자증권 관계자는 "법인이나 미성년자의 경우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도 성인이라 하더라도 온라인 계좌를 개설할 때면 직원이 본인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 및 온라인계좌 개설 여부 등을 확인한 후 매매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원미상의 투자자가 이러한 대우증권의 허점을 사전에 알아내고 의도적으로 대우증권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우증권의 허술한 온라인 관리로 인한 사고는 2000년 4월에도 발생했었다.
우풍상호신용금고가 온라인 상으로 성도이엔지 주식을 12만주나 공매도했는데도 이를 사전에 적발하지 못해 미결제 사태가 벌어지는 사고를 냈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