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이용한 금융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회계사인 셰릴 무징어(37)는 얼마 전 한 금융회사로부터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도용,인터넷을 통해 누군가가 16개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범인은 이들 카드로 이미 1만1천달러를 쓰고 난 뒤였다. 경찰이 관할 영역이 아니라며 수사 착수조차 하지 않자 그녀는 사설 탐정을 동원,범인을 찾아냈다. 사기극을 벌인 장본인은 다름 아닌 그의 회사와 거래하는 여행사 직원으로 밝혀졌다. 인터넷상에서 다른 사람의 신원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거나 주가를 조작하는 일이 과거 어느 때보다 쉽게 이뤄지고 있다. 금융사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예전과는 달리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분석이다. 야후 토론방에 들어가면 해킹을 통해 훔친 신용카드 번호를 사고 팔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올라와 있다. 경찰 당국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한 금융사기 피해액은 연간 2백20억달러.인터넷을 통한 주식 투자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들의 피해 규모는 지난해 15억달러에 육박했다. 주가조작 사건은 10건 중 1건 정도만이 신고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은 1백억달러가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금융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스팸메일을 억제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실제 피해자의 70%가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스팸메일의 유혹에 넘어가 신원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팸메일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