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또다른 현안, 부동산 거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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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부동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년간 세계 부동산 가격(주택가격 기준)은 평균 8% 급등했다.
국가별로는 스페인 아일랜드 미국 호주 한국 등이 특히 많이 올랐다.
이처럼 세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저금리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만 하더라도 연방기금금리가 40년만에 최저수준이 될 정도로 금리가 낮아져 시중에 풀린 자금이 부동산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테러와 금융불안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현물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금융부채를 통해 실물저축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믿는 이른바 '채무-디플레이션 신드롬(debt-deflation syndrome)'이 확산되고 있다.
종전과 다른 것은 이번에는 경기가 침체되는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 경기침체기를 단축시키고 회복을 촉진하는 경기선행적인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경기가 어느 정도 단계에 상승했을 때 마지막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 경제 전반에 거품을 발생시키면서 많은 후유증을 낳는 경기후행적인 성격이 짙었다.
특히 이번에는 재료가 있는 지역은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가격이 더 오르는 '차별화 장세(nifty-fifty)'가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 점이 눈에 띈다.
그만큼 투기적인 요인이 아니라 실수요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만약 현 시점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다면 이번 경기회복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떠받쳐지는 자산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미국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이중침체(double dip)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주가가 10% 오를 경우 민간소비는 0.3% 증가한다.
반면 부동산 가격이 10% 상승하면 민간소비는 그 2배인 0.6%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주가하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가 상쇄함으로써 현재 미국경제를 지탱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일단 부동산 거품을 우려하고 조만간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는 이렇다.
시간이 갈수록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와있고 △금융기관들의 주택자금 부실화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정보기술(IT) 퇴조→주가하락→달러화 가치하락으로 이어져온 일련의 미국경제 거품붕괴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부동산부문의 거품붕괴도 필연적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부동산 거품경고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번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실수요를 반영,투기적인 징후가 거의 없고 지금의 경제여건을 감안한다면 당분간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아직은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고령인구비율 증가 등 인구구성 변화로 부동산 경기의 활황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현재 부동산 거품우려에 대한 평가는 낙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담보대출의 차환(借換)이 어려워지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는 이른바 '질서있는 진정국면(an orderly calming down)'으로 전환될 것으로 주요 부동산관련 예측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과거에도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한 이후 절대가격 수준이 하락하기보다는 상승률이 낮아지는데 그쳐 절대가격 수준은 평탄한 고원(高原)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에서 부동산 거품붕괴에 따른 세계적인 자산디플레와 세계경기의 장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으나 이번에는 기우(杞憂)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논설·전문위원 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