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흐름이 심상치 않다.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채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금융상품이나 부동산 등으로 몰려다니는 단기 부동화(浮動化)조짐이 뚜렷해 지고 있는데다 돈 풍년 속에서도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부도가 늘어나는 '국지적 신용경색'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여유자금이 산업자금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떠돌게 되면 자칫 경기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무척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자금흐름이 잘못되고 있다 해서 인위적으로 되돌릴 방법은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돈의 속성상 높은 이윤을 찾아 흐르게 마련이고,그것이 시장경제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다만 제도적인 미비나 인위적인 규제에 의해 자금흐름이 왜곡되거나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자금의 편중현상은 철저히 차단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점이라는 게 우리 생각이다. 우선 부동산투기 차단이 급선무다. 아직 서울 강남지역 등에 국한된 현상이긴 하지만 아파트가격뿐만 아니라 땅값까지도 들먹거리고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진단이고 보면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국세청이 재건축아파트 취득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자금출처조사에 나선 것은 투기억제라는 직접적인 정책효과 이외에 자금흐름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일시적인 엄포에 그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 찾아갈 곳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통해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기회를 확대해 주는 동시에 기업들의 설비투자 유인을 강화하는 것도 동시에 강구돼야 마땅하다. 다양한 금융상품의 개발을 통해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은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발벗고 나서야 할 일이다. 만약 금리수준이나 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우량대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넉넉한 반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의 자금줄은 꽉 막혀있는 양극화 현상의 시정방안도 찾아보아야 한다. 예컨대 금융부실에 대한 책임추궁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대상자를 엄격히 선별하고 될수록 신속히 매듭짓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라도 최소한 자금을 융통할수 있는 시장은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는 제도적으로 보완할 문제다. 금리상한을 설정하는 등 비현실적인 대출조건을 지키도록 강요하는 것이 과연 영세기업들을 돕는 일인지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