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구멍 뚫린 사이버 증권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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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대우증권에서 일어난 사이버 증권계좌 도용 사건은 한마디로 충격적인 일이다.
범죄 자체도 그렇지만 구멍 뚫린 사이버거래 관리와 허술하기 짝이 없는 당국의 시장감시 체계도 문제다.
누군가가 현대투신운용사의 이름으로 대우증권에 사이버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에서 5백만주(2백58억원)의 델타정보통신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이 사건의 개요다.
물론 범인의 진짜 의도는 그동안 작전 등을 통해 매집한 주식을 이 가공계좌에 대량으로 팔아치우려는 것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날 범인이 PC방에서 개설한 도용계좌를 통해 불과 1분여 동안 사들인 물량이 전체 상장물량 7백34만주의 68%에 이른다는 것만 봐도 범죄세력의 대담성을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이날 매도 물량은 오는 27일에야 현금을 인출할 수 있고 기관투자가 계좌를 이용한 거래는 당일로 확인절차를 거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사건은 발각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란 듯이 벌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범인은 이미 장외에서 매집주식을 모두 팔았고 도용계좌를 이용한 이번 거래는 이미 매각한 주식을 현금화해주는 일종의 정산과정이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어떻든 증권매매 대금이 결제되는 27일까지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으면 자칫 사건 자체가 미궁에 빠질 수도 있는 만큼 당국은 총력을 기울여 범인의 윤곽을 조기에 파악해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범인 검거 문제와는 별도로 사이버 거래를 통한 불법매매가 이토록 간단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등 궁금한 일도 한둘이 아니다. 델타정보통신 주식 가격이 4배 이상 폭등한 지난 두달 가까운 기간동안 금감원과 코스닥 시장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피해자라고도 볼 수 있는 현대투신운용은 계좌번호 등을 과연 어떻게 관리해왔는지도 의문스럽다.
검퓨터의 보급과 더불어 인터넷 사이버 거래가 금융거래의 일반적인 수단으로 자리잡은지도 이미 오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인터넷 뱅킹 건수가 하루평균 1백21만건에 이르고 사이버증권거래는 전체 거래의 62%에 달하는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계좌번호가 이렇듯 손쉽게 유출되고 이를 이용한 범죄행위가 이토록 대담하게 저질러진다면 누가 사이버거래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당국은 이 희대의 사건을 철저하게 파헤쳐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완벽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