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악몽'에 부대끼는 우리들 .. 윤정모 새장편 '꾸야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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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밤길''님' 등의 작품에서 우리나라의 분단문제와 여성문제 노동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작가 윤정모씨가 3년만에 신작 장편소설 '꾸야삼촌'(다리미디어,8천원)을 내놓았다.
자전적 체험소설의 성격이 강한 이 작품은 전쟁(6·25)으로 인해 비틀어진 한 남자의 생애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고발한다.
소설의 주인공 '꾸야삼촌'은 작가의 막내 삼촌이 모델이다.
중년 부인인 '나'에게 치매기가 있는 꾸야 삼촌이 며칠간 맡겨진다.
사업 부도로 교도소에 들어간 남편과 4수생 아들을 둔 '나'의 처지에서 삼촌이 반가울 리 없지만 6·25 때 자신을 끔찍이 보살펴 주었던 삼촌을 마냥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다.
'나'의 눈으로 본 꾸야 삼촌의 인생은 실패 그 자체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한동안 생계 때문에 군대를 떠나지 못한다.
약품 배달을 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교통사고를 당한 뒤 직장과 아내를 모두 잃고 만다.
그 후 삼촌이 말단 공무원,포장마차 주인,대학 수위를 전전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사이 '나'와 남편은 출판업으로 돈을 벌고 위성방송에도 손을 대지만 사업 실패로 부도를 맞는다.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의 장례를 치를 돈조차 없던 '나'에게 꾸야 삼촌은 하얀 모시수의를 내놓는다.
'그래,이 땅에서 살아오면서 당신의 한 일은 그늘을 지우고 또 닦는 것이었지.닦아낸 자리마다 웃음을 심었지.아니,아니야 사랑을 심었어'라는 '나'의 독백에서 알 수 있듯 굴곡 많은 세상살이 속에서도 삼촌이 놓지 않았던 단 하나의 품성,그 고귀한 사랑법을 자연스레 부각시킨다.
윤정모는 "전쟁위기설이 감돌 때마다 나는 악몽을 꾼다.
엄마의 손을 놓치거나 한없이 넓고 긴 도로 위에 나 혼자 버려지는 꿈이다.
그 수마와 허기와 피로는 정말이지 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을 만큼 지독한 고통이었다"라고 전쟁 당시를 회상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