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제1주제 : 대덕 살아야 '과학한국'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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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벌 서쪽 계룡산 아래 8백40여만평에 자리잡은 대덕연구단지.
이곳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과학기술의 요람이다.
입주 연구소와 관련 업체만 해도 모두 1백85개.
연구원수는 1만1천3백여명으로 박사급만 4천6백여명에 이른다.
한국 최고의 두뇌 집결지답게 대덕은 지난 73년 설립 이래 수많은 연구성과를 창출했다.
전자통신연구원은 국산 전전자교환기(TDX)를 개발, 통신혁명의 기반을 다졌다.
반도체 신화 창출의 바탕이 된 1MD램과 16MD램도 전자통신연구원에서 첫 선을 보였다.
화학연구원의 경우 무공해 미생물 농약과 신약 등을 잇따라 개발, 선진국으로 역수출하기도 했다.
이들이 개발한 기술로서 창출된 상품의 경제적 가치를 따진다면 어림잡아 1천조원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대덕연구단지가 요즘들어 활력을 잃고 있다.
연구원들의 사기도 예전같지 않다.
정부의 지원이나 관심이 줄어들면서 뜨거웠던 연구개발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원들에 대한 처우가 상대적으로 예전보다 뒤떨어지며 전도양양한 엘리트 연구원들의 유입도 줄고 있다.
최근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기회가 되면 대학이나 다른 직장으로 옮기겠다'고 답한 경우가 60%나 됐다.
실제로 지난 2~3년사이 연구원들의 30%정도는 대덕을 떠났다.
대우문제도 그렇지만 수익성 연구과제로 내모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원인이다.
"경제논리의 잣대로 연구개발을 평가한게 결국 연구원들의 창의성과 자존심을 잃게 한 셈입니다."(A연구원 원장 K씨)
대덕연구단지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지난 73년 연구학원도시로 출범했다.
국내외 연구기관을 한데 모아 기술자립을 이룩한다는 목표였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민간기업의 관심속에 대덕은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이 수시로 바뀌면서 대덕은 중병을 앓기 시작했다.
지난 30년동안 무려 17번이나 정부출연연구소와 관련된 각종 법과 제도가 바뀌었다.
한때 국책과제연구기관이 될 것을 종용받았던 연구소가 어떤 땐 산.학.연의 중심으로 그 역할이 바뀌기도 했다.
벤처붐이 일어나면서는 한국형 실리콘 밸리로 탈바꿈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일부에서는 "제2의 새로운 대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존 대덕단지의 시스템으로는 21세기 한국과학기술의 중심역할을 하기에 너무 혼란스러운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지금까지 쏟아부은 투자비와 인프라를 감안하면 대덕만큼 경쟁력있는 단지를 새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상대적으로 저하된 사기에도 불구, 아직도 대덕연구단지에는 밤에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들이 적지 않다.
그 곳에는 대덕이 쌓아온 전통과 연구성과를 이어가고자 하는 연구원들의 열의와 자존심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이들의 사기가 꺾이면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다.
대덕을 살려야 하고 대덕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별취재팀 strong-kor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