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및 석유화학업계는 21세기 들어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았다. 정유업계에선 석유수입업체들의 시장잠식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유화산업에서도 대규모 기업인수합병(M&A)이 추진되는 등 거센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업계를 선도하는 파워컴퍼니의 역할과 전략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유업계=정유업계는 석유수입업체들의 대규모 시장참여로 시장쟁탈전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설비과잉과 수요감소로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는 추세이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소비된 휘발유 등유 중유 등 경질유는 1억2천7백94만배럴로 이 가운데 7.2%인 9백21만배럴이 석유수입업체들이 완제품 형태로 들여왔다. 수입업체의 시장점유율은 석유제품 수입이 자유화된 지난 97년 이후 소폭의 증가세를 보여왔으나 2000년 2.1%,2001년 4.7%로 높아지는 등 최근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SK(주)의 경질유 시장점유율이 2000년 36.2%,2001년 35.6%에서 올 상반기엔 33.5%로 줄어드는 등 대부분 정유업체들이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메이저 정유사인 SK 와 LG칼텍스정유는 마케팅 강화,수익성 극대화 등으로 이같은 수입업체들의 도전을 극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SK(주)는 8월들어 "태극기 나눠주기 행사" "여(女)왕대박잔치" 등을,LG칼텍스정유는 하계영화제와 프로스포츠 할인행사 등 대규모 마케팅을 각각 실시했으며 9월에도 문화공연 등을 펼칠 예정이다. SK(주)와 LG칼텍스정유는 또한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전력 가스등 신규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민영화 과정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발굴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우선 매각이 추진되는 동남발전에 대한 두 업체의 인수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SK(주)는 특히 현대석유화학의 매각작업에도 관심을 보이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석유화학업계=국내 석유화학산업은 비교적 안정된 시장구조를 유지해왔다. 주요 업체들이 각기 다른 품목을 생산하고 거의 독과점적으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화학산업의 설비과잉 문제는 국내시장에 안존하고 있는 유화업체들에게 글로벌화를 요구하고 있다. 생산품목이나 규모면에서 국내 1위업체인 LG화학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덩치를 키워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현대석유화학 매각작업에 LG화학 호남석유화학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LG화학은 투명ABS수지를 비롯한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리는 등 사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는 한편 미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03년까지 2차전지 사업에 1천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2배로 늘릴 방침이다. 활발한 해외투자와 현금흐름 중시 등 투명경영 정착으로 기업가치를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k-레이신과 폴리플로필렌 분야 해외합작 등을 통해 아시아 1.2위의 화학전문기업을 추진하는 대림산업,무수프탈산(PA)를 이용한 가소제라는 특화된 시장에서 PA부문 세계 1위와 가소제 부문 세계 3위를 유지하고 있는 애경유화,2006년까지 2백60억원을 투자해 30만t의 석유수지 설비를 증설해 이 부문 세계 3위로 도약하려는 코오롱유화 등도 국제적 틈새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