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앞선 사흘간의 상승세를 접고 1,200원대 밑으로 내려섰다. 달러/엔 환율이 상승 기대와 달리 119엔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급락, 달러/원의 하락을 부추겼다. 개장초 부족한 듯한 시중 포지션으로 인해 엔화 동향을 따르지 않았던 환율은 뒤늦게 이를 반영하며 낙폭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개장초 매수에 주력하던 역외세력은 매도로 방향을 바꾸는 등 혼조세를 보였으며 업체들 수급은 많지 않았다. 은행권 위주의 거래가 형성됐으며 포지션 손바뀜이 잦았다. 오후 환율은 달러/엔 동향에 후행하는 가운데 1,200원을 중심으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5.70원 내린 1,199.60원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전날보다 0.80원 낮은 1,204.50원에 출발한 환율은 9시 33분경 1,202.80원까지 내려선 뒤 한동안 1,203원선을 거닐다가 역외매수세 등으로 10시 34분경 1,204.6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그러나 환율은 달러/엔 추가 하락 등으로 손절매도가 촉발, 1,200원이 붕괴돼 11시 57분경 1,199.2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일부에서 1,199원선에서 저가매수세를 유입, 환율을 1,200원대로 끌어올리기도 했으나 지지력 확보는 여의치 않았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개장 전반에 달러/엔과 상관없이 버티다가 물량이 나오고 달러/엔이 추가 급락하니까 포지션을 엎었다"며 "은행간 거래만 활발할 뿐 업체들 참여는 미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엔화의 추가 강세 전망은 약하나 내일 NDF정산관련 역내매물과 월말 네고 등 물량부담이 있어 달러매수가 쉽지 않다"며 "오후에는 일단 1,198원 정도는 지지될 것 같고 위로도 1,202원 이상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초반 포지션이 부족한 듯한 인상을 풍겨 달러매수(롱)플레이가 득세했다가 달러/엔을 후행하면서 손절매도가 촉발됐다"며 "오후에도 엔과 연동하는 가운데 1,197원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앞선 뉴욕장에서 119.68엔을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도쿄에서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에도 불구, 119엔을 위협하는 반락흐름을 타고 있다. 달러/엔은 개장초 오름세를 유지했으나 저항선인 119.80엔을 뚫지 못하자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이 정리되며 급락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공습 가능성이 달러화 약세를 부추겼다고 해석했으며 달러/엔은 낮 12시 6분 현재 119.00엔을 기록중이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615억원, 1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틀 내리 주식순매도가 연장돼 심리적인 환율 상승요인이나 달러/엔의 동향에 가려 부각되지 않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그동안 미국 달러가치 하락에도 불구, 고평가된 달러화의 추가조정이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해 기조적인 강세보다 상당기간 추가절하에 무게를 실었다. 일부에서는 최근 물가가 들썩이는 것을 감안, 한은에서 환율 상승을 제어하기 위한 의견 개진이 아니냐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