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서울 양천구 목동에 들어설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여러가지 면에서 주목거리다. 우선 1만8천평에 이르는 거대한 매장부터가 관심을 끈다. 지하공간에는 대형 푸드코트 2곳과 영화관 7개가 함께 들어선다. 이곳은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과 연결돼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동고객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점포보다 더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백화점 업계는 오히려 현대 목동점 바로 옆 행복한세상 백화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초대형 사기업 백화점과 중소형 공기업 백화점이 나란히 영업하는 입지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행복한세상은 물론 답답한 표정이다.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목교역에서 이동한 고객들은 일단 현대 목동점에서 차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현대백화점과 정면 대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행복한세상은 일단 차별화를 목표로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식품매장 운영을 농협하나로클럽에 맡긴 것도 이 전략의 하나다. '생활·혼수 전문 백화점'이란 기치를 내걸고 가구나 혼수용품 매장을 대폭 강화한 것도 패션상품 위주의 다른 백화점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이런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차별화 전략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이 백화점은 지난 3월 3백12억원의 예산을 끌어들여 자본금을 1천3백7억원으로 늘리는데 사용했다. 이 돈은 전액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출자한 만큼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것이다. 백화점측은 당분간 적자 행진이 계속되겠지만 2004년 말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현대 목동점이 썰렁했던 목동상권에 손님을 몰고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이삭만 주워도 장사가 전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기대가 맞아떨어지기 위해선 조건이 있다. 우선 생존전략에 걸맞은 발빠른 몸놀림이다. 공기업 특유의 느린 발걸음으로는 차별화에 성공하기 어렵다. 숨가쁜 상황인데도 대표이사가 점포와 공단을 오가는 겸직체제를 유지한다는게 참으로 이례적이다. TV홈쇼핑 사업권을 따내는데 실패, 백화점과의 시너지효과를 올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 일도 마냥 늦어지고 있다. 국민 혈세를 아깝게 생각하는 공기업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cdk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