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 인천지법 등에서 판사를 지낸 임판 변호사(사시 32회)가 법조계를 소재로 삼은 본격 법정소설 '그림자 새'(청어출판사)를 최근 출간했다. 3백여쪽의 단행본으로 나온 이 소설은 강간사건으로 구속된 미성년자 3명의 변론을 맡은 한 평범한 변호사가 사건 후 자취를 감춘 결정적 증인인 피해자를 찾아내고서는 우여곡절 끝에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아내는 과정을 그렸다. 이 소설은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을 유지하려는 검사에 맞서 무죄를 입증하려는 변호사의 활약상을 긴장감있게 그려나갔다는 점에서 법정소설로 유명한 존 그리샴의 '의뢰인'이나 '타임 투 킬'을 연상시키지만 한국 법조계의 실태를 신랄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임 변호사는 이 소설을 통해 억울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구속재판의 문제점과 무죄판결을 꺼리는 법원, 정의구현보다 성공사례금이나 선임비 등에만 관심있는 변호사 등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판사생활을 마치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뒤 형사 피고인들을 변론하는 과정에서 현 구속재판제도의 문제점을 온 몸으로 느꼈지만 '내게 과연 그러한 문제점을 지적할 자격이 있나'고 반문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