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이 불황에 처했을 때..朱尤進 <서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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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교체하며 진행된다.
다행히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며,그 결과 지금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기록적인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비즈니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IT기업 명단에 일본 기업은 단 한개도 포함되지 못했지만 한국 기업은 3개나 포함됐으며,삼성전자는 1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지금 약진하고 있는 요인은 '외환위기'라는 시련을 계기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이다.
즉 '시련은 가장(假裝)된 축복'이라는 말이 있듯이 외환위기가 기업을 혁신하는 계기를 제공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불황이 닥쳐오면 기업들이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지 알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기업이 불황을 겪고 있을 때 경영자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인력 감축'이다.
불필요한 인력이나,자신이 하는 역할에 비해 많은 보수를 받는 직원을 정리하는 것은 기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때 나이 또는 연공서열에 의해 정리해고하는 것보다 기여도에 따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한계사업을 정리하면서 그 부서를 분사시키는 방식으로도 인력감축이 가능하다.
또 기업 인수 합병을 통해 과잉생산설비를 줄이고,제품 가격을 올림으로써 탈출구를 찾을 수도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인수 합병이 불황 타개를 위해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한국에서도 자동차 텔레콤 인터넷 서점업체들이 기업 합병을 통해 비용 감축과 가격 합리화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런데 인수 합병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회계처리의 투명성'이다.
인수 과정에서 최고경영자의 모든 행위가 노출되므로 부도덕한 최고경영자는 인수 합병의 유익이 눈앞에 보여도 이를 활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 불황 때 기술개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역설적 처방도 있다.
불황 때 인력 감축과 지출 감소만 하는 기업은 시장 상황이 호전됐을 때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어려울 때 신제품 개발 및 기술투자를 늘려 시장 상황이 좋아졌을 때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불황 때 모든 투자를 중단하는 경영자는 현재만을 생각하는 경영자이고,불황 때 필요한 기술투자를 하는 경영자는 미래를 생각하는 경영자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투자 없이 회사를 줄여나가기만 하는 것은 서서히 망해 가는 길을 택하는 것과도 같다.
미국 포드자동차나 삼성전자의 사례를 보면 불황 때 신제품개발 및 기술개발 투자를 꾸준히 한 것이 시장상황이 호전되었을 때 큰 성과로 연결되는 원인이 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최대의 적은 '두려움'이다.
심리학 이론에 의하면 '두려움은 인간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키고 충동적인 행동을 유발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선 최고경영자부터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며,직원들에게는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생각을 지속적으로 심어줌으로써 회사 분위기를 발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미국이 대공황을 맞았을 때 루스벨트 대통령은 수십회에 걸친 '국민과의 대화 (Fireside Chat)'를 통해 미 국민들에게 희망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두려워 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뿐'이라면서 국민들에게 두려움을 극복할 것을 호소했다.
기업이 생존해 있는 한 호황·불황의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호황이 있으면 불황이 반드시 온다'는 것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불황이라는 역경을 극복하는 기업은 그만큼 역량이 업그레이드되는 것이고,어제 오늘의 호황에 자만해 흥청망청하는 기업은 곧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회사에 이익이 많이 난다고 해서 자만할 일이 아니며,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절망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호황 때 불황을 대비하고,불황 때 호황을 바라보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wchu@car123.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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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