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부지역(영종도 송도신도시 김포매립지)과 부산항 및 광양항 배후지역을 경제특구로 개발, 외국기업들을 유치하려는 정부 계획이 입안 단계에서부터 삐걱이고 있다. 외국기업을 위해 내놓은 각종 특혜조치들이 '국내기업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일으키면서 거센 저항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도 근로기준법과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일부 조항을 경제특구내 외국기업에 적용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 경제특구는 특혜법 경제특구의 목적은 한국을 동북아지역 비즈니스의 중심축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외국기업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특구내 공공기관에서의 영어 사용, 외국인 의사와 약사들이 일하는 병원 및 약국 설립 허용, 세금혜택 부여, 파견직 근로자 채용제한 폐지 등은 그에 대한 해법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 김영주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경제특구에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려면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경쟁국들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반발하는 국내 기업.노동계 국내 기업들의 경직된 고용구조와 각종 부담금, 중소기업 업종 진입 제한 등의 규제는 그대로 둔 채 외국기업들에만 특혜를 준다는 점에서 경제특구법은 '국내기업들에 대한 역차별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특구에 입주하는 외국기업들이 해외시장만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한다면 몰라도 내수시장을 겨냥할 경우 비대칭적인 특혜 시비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외국기업에 주는 특혜조치가 노동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생리.월차 휴가를 경제특구내 외국기업에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입법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파견 근로자의 무제한 고용 등은 외국기업에 무제한의 노동 착취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보완책 서두르는 정부 정부는 외국기업들에 대한 법적용 예외조항을 축소하기보다는 진입업종을 제한, 특혜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정은보 재경부 조정2과장은 "경제특구에 유치할 외국기업은 금융과 물류 첨단지식산업 등 일부 업종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특구내 외국기업들의 국내시장 활동범위도 관심거리다. 정부는 아시아 주요시장인 한국에서의 영업활동을 원천 봉쇄할 수는 없지만 매출액 중 국내시장 비율이 낮은 업체로 진입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특혜 논란이 확산될수록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기업의 경영환경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경제특구내 외국기업들에 대한 특혜를 축소하기보다는 국내의 모든 기업들에 동등한 혜택을 주자는 쪽으로 논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박병원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경제주체들이 동의한다면 경제특구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