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장난 시계, 안 맞는 시계 ] 그동안 부족한 길라잡이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 말씀 드리며 마지막으로 조금은 엉뚱하게 들릴 '시계 이야기'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주식 투자에 웬 시계 이야기인가 하시죠. 시계 이야기는 주가 전망이 대부분 틀린다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모두가 오른다고 하는데도 반대로 떨어지고, 더 빠질 것이라던 주가가 어느새 조금씩 올라 벌벌 끓는데도 조정이 임박했다고 주장하던 전문가들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어쩌면 주식 투자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더 매력적일지도 몰라요. 전문가의 예측이 틀리기도 하고 초보자의 전망이 귀신처럼 들어맞기도 하는 것이 주식시장입니다. 이러다 보니 누구나 상승을 꿈꾸며 투자하고 이번엔 틀렸어도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고 기대를 갖게 만드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입니다. 그래서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고 하잖아요. 따라서 '고장난 시계' '안 맞는 시계' 이야기는 기왕에 맞추기 어려운 전망을 맞히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투자방법을 찾자는 것이지요. 역발상 투자방법이라고 할까요. 먼저 '고장 난 시계' 투자방법부터 말씀드리면 고장이 나서 완전히 서버린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는 거 아시죠. 투자에도 이 논리를 응용해 매번 맞히기보다는 자기가 생각했던 가격으로 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른바 'Buy and Hold' 전략으로 가치 있는 주식은 언젠가 목표가격에 갈 것이므로 작은 시세나 변동에 흔들림 없이 원하는 가격대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이죠. 이와 달리 완전히 고장 난 시계는 아니지만 '안 맞는 시계'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움직이긴 하지만 한 시간 가량 빠를 수도 있고 반대로 늦을 수도 있는 시계가 있다면 사람들은 중간 정도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게 될 것입니다. 주식 투자에 이같은 행동을 도입한 것이 '안 맞는 시계' 방법입니다. 만일 100까지 오른다고 하는 전망과 8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면 그 중간인 90을 기준으로 놓고 90 이상으로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사고 반대로 90 밑으로 떨어지면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해 주식을 파는 전략입니다. 전망이 실제 주가보다 후행한다는 이론을 근거로 한 '안 맞는 시계' 방법을 적용, 실제 한국투자신탁증권에서 과거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와 당시 주가전망치의 상.하단 수치를 대입해 투자 결과를 시뮬레이션해 보았더니 우수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왔습니다. 다만 '안 맞는 시계'일지라도 적어도 상단과 하단의 전망치가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만일 전망은 800~1,000포인트이고 실제 주가는 650포인트에서 750포인트 사이를 움직였다면 아예 망가진 시계보다 못한 것이지요. 이미 물이 넘쳐 둑이 터지는데도 날씨가 맑을 것이라는 일기예보와 같은 것이죠. 또 '고장난 시계' 방법도 적어도 한두 번은 맞는다는 것이 지켜져야지 아예 투자한 회사가 망해버린다면 시간도 돈도 잃는 결과가 됩니다. 결론은 '고장난 시계' '안 맞는 시계' 모두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되네요. 당장은 맞지 않아도 또 1백% 맞지 않아도 언젠가는 그 가치로 갈 수 있는 종목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고 적어도 활용 가능한 전망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투자에 앞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조건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시계방법이 더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1분1초 틀리지 않는 정확한 시계라면 가장 좋겠지만 조금은 부족한 시계도 사용하기 나름이란 생각입니다. 어떤 시계를 선택하시든 간에 좋은 결실을 얻게 되시길 바랍니다. < 한국투자신탁증권 홍보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