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막혀 말 한마디를 못하겠더군요." 한국까르푸 김소연 이사(34)는 지난 2월 사장실로 호출받아 의류부문 임원으로 일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제안이 당황스러웠을 뿐 아니라 "과연 제대로 해 낼수 있을까"라는 중압감이 앞섰기 때문. 프랑스계 할인점인 까르푸는 월마트와 함께 세계 유통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이다. 한국까르푸도 한국 진출 6년만인 지난해 1조1천4백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이사는 30대 그룹을 포함한 국내 대기업 임원중 최연소 임원으로 꼽힌다. 특히 여성의 임원 승진 사실 자체가 뉴스가 되는 한국사회에서 김 이사의 이력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대구 출신인 김이사는 대학원(경희대학원 신문방송학과)을 졸업하던 1995년 한국까르푸에 입사해 불과 7년만에 샐러리맨의 꿈이라는 "별"을 달았다. 입사 1년만에 과장,그 다음해에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데 이어 올 2월 임원에 전격 발탁된 것. 고속승진의 비결을 묻자 김 이사는 "늘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승진이 됐다"며 "공채 1기로 입사해 혜택을 받은 측면이 많다"고 겸손해 했다. 하지만 주변에선 영업부 연수생으로 입사해 1호점인 중동점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현장(매장)에서 능력을 발휘한데다 직원 연수원을 오픈할 때도 공로와 노력을 인정받았다고 귀띔한다. 김 이사가 맡고 있는 일은 할인점 영업에서 중요성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의류부문이다. 구매물건 선정에서부터 가격결정,판매계획수립 등을 총괄하는 자리다. 취급하는 옷의 종류만 해도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을 망라해 3천5백개에 달한다. 한국까르푸 마크 욱생 사장은 "김 이사가 까르푸의 기업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데다 의류매장에서 오래동안 일하면서 몸으로 익힌 경험을 높이 사 의류부문을 맡겼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프랑스인 40대 부장을 포함해 20여명의 직원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여자라는 점 때문에 직원 통솔에 어려움이 없느냐"는 우문에 "스스로 여자임을 의식했으면 여기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리더십에서 성별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임원으로 6개월동안 일한 소감을 묻자 "매장에서 일할 때는 육체적인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쉬워진 반면 임원은 늘 긴장을 풀 수 없으며 갈수록 일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이같은 어려움은 자신 뿐만 아니라 모든 임원들에게 해당되는 일"이라며 웃었다. 일반 직원들은 오후 6시쯤이면 퇴근하지만 임원들은 대부분 사무실 보안벨이 울리는 저녁 10시에야 짐을 챙겨 허둥지둥 뛰어나온다는 설명이다. 그는 "프랑스회사들은 대체로 직원에게 일을 많이 시키는 것 같다"면서도 "능력만으로 직원을 평가하는 까르푸에 입사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회사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른바 "잘 나가는" 직장인으로서 장래 포부를 묻자 "너무 빨리 달려왔고 오를 만큼 올라 더 이상 자리에는 욕심이 없다"며 "자리에 어울리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퇴근하려고 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모조리 잊어버리려고 노력한다"며 환하게 웃는 김 이사의 맑은 얼굴에서 프로의 향기와 여유가 느껴졌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