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함 쫄깃함 '자꾸 생각나네' .. '특색있는 메밀국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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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때 배부르게 먹는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절대 빠지지 않는다.
시간,금액,음식의 질,양에 있어서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는 게 우리 음식문화를 잘 아는 외국인들의 지적이다.
경제선진국으로 갈수록 점심식사가 간단해진다.
미국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점심식사가 햄버거라면 일본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점심메뉴는 메밀국수,즉 소바다.
"우동 한 그릇"이라는 일본의 국민동화가 있다.
1억명의 일본국민을 울렸다는 이 동화의 원제가 바로 "소바 한 그릇"이다.
검소한 식사의 대명사인 소바가 우리말로 번역되면서 우동으로 바뀐 것이다.
메밀국수가 우리에게 덜 친숙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메밀은 가뭄이 심한 산간지방에서 주로 심었던 작물이다.
조선조때(일설에는 고려때) 우리 민족이 전해준 구황식물 메밀을 가지고 일본인들은 다양하게 발전시켰다.
국수만 해도 크게는 찬물에 헹궜다 건져서 먹는 냉메밀국수와 뜨거운 국물에 말아먹는 온메밀국수로 나눠지는데 각각 많은 종류로 세분화되었다.
우리나라에도 평창 등지의 메밀막국수,정선의 콧등치기 국수 등 메밀을 이용한 국수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일본만큼 다양하게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메밀음식을 제대로 먹자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메밀향을 살리려면 그때그때 조금씩 도정해야하고 습기를 잘 흡수하기 때문에 보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에 우리가 전해줬던 일본에서 거꾸로 메밀국수 만드는 법을 배워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관리부터 조리까지 배울 점이 많다고 하는데,메밀국수처럼 검소한 음식은 아무리 많이 배워와도 나쁠 게 없다.
특색있는 메밀국수집을 소개한다.
미진 메밀국수.낙지(종로1가 교보빌딩 옆길.730-6198)=전분 함량이 너무 높다거나 면 색깔이 너무 진해 이상하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한국형 메밀국수의 대표는 여전히 "미진"이다.
지난 1954년에 개업했다니까 근50년을 이어왔다.
한국처럼 무엇 한 가지를 오래한다는 것이 고난 그 자체인 나라에서는 기적에 가깝다.
특히 메밀국수는 값이 쌀뿐더러 점심 한끼 장사가 아닌가.
미진도 그동안 수지가 안 맞아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메뉴를 다양하게 늘려보기도 하고("미진분식" 시대),저녁손님을 유치하려고 맥주와 안주를 팔아보기도 하고("미진호프" 시대),그것도 신통치 않았는지 최근엔 낙지집 겸업을 선언했다.
이른바 "미진낙지" 시대가 시작되었다고나 할까.
일본에는 3백년 이상 메밀국수만 팔아온 음식점이 있다는데 이게 우리나라의 한계인가 싶어 안타깝지만,그나마 메밀국수 그만 한다는 소리가 없어서 다행이다.
스바루(홍익대정문 맞은편골목.338-5153)=일본에서 메밀국수(소바)만드는 법을 배워온 주방장겸 주인 강영철씨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소바 전문점.한쪽에 제면실까지 갖춰놓고 직접 면을 만들어낸다.
기존의 한국형 메밀국수와 다른 점은 면발이 하얗다는 것이다.
속껍질까지 벗겨서 제분을 했기 때문인데,향을 조금 손해보는 반면 더 고급스런 맛을 낸다.
메밀의 함량도 80%까지 높였다고 하는데 메밀 향은 별로 안 난다.
햇메밀이 나오는 늦가을부터 제맛이 난다고 한다.
냉.온 소바 양쪽 모두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송옥(북창동.752-3297)=미진보다 역사는 조금 짧지만 메밀국수와 우동종류만을 고집해온 전문점이다.
점심때면 손님들도 그걸 알아나 주는 듯이 2층까지 빈자리가 없이 꽉꽉 들어찬다.
메밀국수의 면발은 미진과 스바루의 중간쯤.살얼음이 언 메밀간장(쯔유) 맛이 짜지도 달지도 않고 적당하다.
< 최진섭.맛칼럼니스트.MBC PD (choijs@m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