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비' '키즈 리턴' '소나티네' 등에서 핏빛 액션의 미학을 선보였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신작 '기쿠지로의 여름'을 통해 한없이 따스한 인간관계를 탐구한다. 낯선 아저씨와 꼬마가 순진 무구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교감하는 내용이다. 마사오(유스케 세키구치)는 순진하고 과묵한 남자아이다. 양친의 얼굴을 모른채 할머니와 함께 산다. 마사오는 어느날 서랍에서 엄마의 주소를 발견하고 무작정 엄마를 찾아 나선다. 동행자는 이웃집 아저씨 기쿠지로(기타노 다케시). 왕년에 야쿠자였으나 지금은 부인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백수다. 도박과 술, 여자를 보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드는 철부지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성격은 정반대이지만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공유하고 있다. 기쿠지로는 '추억여행'을 통해 마사오의 상처를 위로한다. 여행중 만난 '뚱땡이 아저씨' '문어아저씨' '친절한 아저씨' 등도 마사오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갖가지 게임을 벌인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누드버전, 인디언 놀이, 수박 터뜨리기 등으로 관객들을 동심의 세계로 인도한다. 심각한 표정으로 관객을 웃기는 다케시의 연기가 능청스럽다. 훔친 밥을 먹으려다 덤불 속으로 떨어뜨리고, 로봇수영법을 선보이기도 한다. 마사오 역의 유스케 세키구치는 과장되지 않은 평범한 소년의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리얼리티를 높인다. 주요 장면들을 미리 보여주는 도입부는 관객들이 초반부의 지루함을 이겨내도록 하는 효과를 낸다. '일본 영화음악의 대부' 히사이시 조가 맡은 음악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따라부르기 쉬운 멜로디로 표현한다. 지난 97년 '소나티네'로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기타노 감독은 이달말 개막하는 5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 '인형(Doll)'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30일 개봉. 전체 관람가.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