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중국의 유명 여배우 류샤오칭 사진이 각 신문 1면을 큼지막하게 장식했다.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이었다. 혐의는 탈세.그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문화기획사를 통해 각종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샤오칭의 체포는 중국정부가 벌이고 있는 '탈세와의 전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은 지금 개인소득세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색출에 나서고 있다. 류샤오칭이 체포된 이후 베이징의 부자들은 '탈세 전쟁'의 유탄에 맞지 않으려 몸을 납작 엎드리고 있다. 중국이 탈세 전쟁을 선포한 것은 지난 6월 말이다. "나도 규정에 따라 매달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 왜 부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가"라는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한 마디가 도화선이 됐다. 이후 세무당국과 경찰이 공동으로 단속 작업을 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연 10만위안(1위안=약 1백42원) 이상의 급여소득자를 대상으로 개인소득세 탈루 여부를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블랙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베이징뿐만 아니라 상하이 광저우 저장성 등 민간기업이 발달한 지방에서도 기업주 탈세 내사를 벌이고 있다. 베이징 업계에서는 '탈세 전쟁'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이다. 그 동안 중국 사영기업들은 법인세만 납부할 뿐 직원 소득세는 요리조리 피해나갔다. "베이징의 20만개 기업 중 규정에 맞게 개인소득세를 납부한 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중국 언론 보도가 이를 보여준다. 특히 부유층을 형성하고 있는 사영기업 사장은 소득세 무풍지대였다. 대부분 거티후(個體戶·소규모 상점) 주인에서 기업주로 성장한 그들은 '회사 돈=내 돈'이라는 인식에서 급여를 받지 않았다. 급여가 없으니 세금을 낼 이유도 없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포브스지 선정 '50대 중국 부호'중 세금납부 실적 1백위에 오른 인물은 4명에 불과했다. 지난 20년 동안 '부자가 돼야 한다'며 물불 가리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온 중국 부자들.승승장구해 온 그들이 다가오는 탈세 전쟁 포위망에 떨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