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피지는 소형 기어드 모터(geared motor) 제조업체다. 기어드모터란 일반 모터에 속도를 높이거나 힘을 키울 수 있는 기어를 장치한 모터다. 힘과 속도를 조정할 수 있어 다양하게 사용된다. 자동문,복사기,프린터,믹서,의료기,아이스슬러시,냉장고,공장자동화 라인 등 모든 곳에 쓰인다. 특히 정밀도를 요하는 공동자동화 설비의 경우 기어드 모터의 정밀도 여부에 따라 불량율이 좌우될만큼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다. 에스피지는 1991년 모터생산 전문업체인 성신의 관계회사로 출발했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으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에스피지는 국내 기어드 모터 시장을 석권한 일본의 오리엔탈 파나소닉과 미국의 머크앤커프 등으로부터 시장을 빼앗았다. 지금은 기어드 모터를 일본 미국에 역수출할 만큼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전시회로 시장 개척=에스피지는 매년 10여차례 해외전시회에 참가한다.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이 더 크기 때문이다. 1997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뉴디자인엔지니어링 박람회에 참가했을 때다. 한국의 작은 기업이 기어드 모터를 만든다는 소식을 접한 바이어들이 몰려들었다. 박람회가 끝난 뒤 KOTRA 시카고무역관을 빌려 별도로 상담을 진행할 정도였다. 이때부터 해외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재 에스피지는 미국 3대 가전회사의 하나인 메이택에 모터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의 2대 산업용정수 설비업체인 컬리건과 팬테어도 밸브 개폐기용 모터로 에스피지 제품을 선택했다. 연간 60만대에 이르는 물량이다. 다음달에는 아이스슬러시 제조업체인 번오매틱과 모터 4만대 공급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스웨덴 호주에서의 시장점유율은 50%가 넘는다. 현창수 대표는 "기어드 모터의 세계시장 규모가 연 2조원에 달한다"며 "그만큼 에스피지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현금 50만원으로 버틸 때도=연구진들은 수년 동안 야전침대를 연구소에 두고 새우잠을 자며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1996년 고생 끝에 기어드 모터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기업들이 외면,공장을 세워두고 족구로 시간을 보내는 어려움도 겪었다. 통장에 현금이 50만원밖에 남지 않아 부도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가격과 제품의 질에 자신이 있어 오기로 버텼다. 우여곡절 끝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에스피지 제품을 테스트한 뒤 구매하게 됐다. 이후 국내 매출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국내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한다. ◆놀라는 해외 바이어=일본 변압기 제조업체인 D사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에스피지 공장을 방문했다. 변압기 모터를 구매하기에 앞서 나온 실사였다. 공장 평가 결과는 99.5점.D사 관계자들이 지금까지 실시한 공장 평가 중 최고 점수다. 일본의 S그룹도 93점으로 평가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에스피지 공장을 방문한 기업들마다 놀란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신 생산시설을 갖추고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어를 0.2미크론(1미크론은 1천분의 1㎜)의 오차로 제작하는 공정은 세계적 수준이다. 서영길 기술연구소장은 "일본의 설계기술과 독일의 기계 생산 가공기술을 접목시킴으로써 일본보다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생산규모 대폭 확대=현재 연간 생산 규모는 30만대.내년 하반기까지 70만대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생산시설 부족으로 주문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 시설투자가 시급하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올해 매출 목표는 3백65억원이며 내년 목표는 4백20억원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