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펩시콜라의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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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교수들은 기업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경쟁기업'보다는 '소비자들'이라고 말한다.
코카콜라와 음료수 전쟁을 벌이고 있는 펩시콜라가 이 같은 기본 원칙을 소홀히 하다가 낭패를 보고 말았다.
문제의 발단은 TV광고였다.
펩시콜라는 2개월여 전부터 힙합 가수 루다크리스를 모델로 출연시킨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루다크리스는 1백만장 이상의 앨범판매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흑인 래퍼.펩시는 소수민족을 더 많은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루다크리스를 모델로 선택했다.
별 문제가 없어보였던 30초짜리 광고는 예상치 못한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폭스TV의 유명 앵커인 빌 오랄리가 루다크리스의 저속한 노랫말을 물고 늘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이 확산됐다.
앵커 오랄리는 '워드 오브 마우프'등 루다크리스의 대표적인 노래들이 창녀를 직접 지칭하는 듯한 저속한 말로 가득차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그런 노랫말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를 광고모델로 쓴 펩시를 '비도덕적 기업'으로 몰아붙였다.
펩시콜라 불매운동을 펼칠 것도 권했다.
이후 폭스TV에 들어온 소비자들의 펩시 비방 e메일은 3천여건에 달했다.
펩시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문제의 광고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펩시콜라로선 앵커 오랄리의 공격과 뒤이은 소비자들의 비난이 야속할 지 모른다.
루다크리스의 노랫말이 저속한 것은 사실이지만,이미 수백만명의 흑인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그를 광고모델로 쓰는 게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펩시콜라는 손을 들었다.
펩시는 지난 89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TV광고모델은 팝 가수 마돈나.
마돈나는 불타는 십자가 앞에서 예수처럼 손에 상처를 입은채 자신의 노래 '기도하는 사람처럼'을 불렀다.
이 광고가 TV로 방영되자 시청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펩시콜라는 5백만달러를 주고 1년 계약한 이 광고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펩시콜라로선 할 말이 많겠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을 간과한 기업이 어떤 낭패를 보게 되는 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