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대로...등대여행] 지치고 찌든 심신 파도에 실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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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 주는 이미지는 그리움과 따뜻함이다.
호젓한 바닷가에 외로이 떠 있는 모습은 외로운 나그네의 설움을 반영하지만 길 잃은 뱃사공들에게는 한줄기 구원의 빛이 된다.
그 등대가 최근 들어서는 지치고 힘든 심신을 달래주는 현대인들의 휴식처로 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친해수공간으로 등대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가을여행의 호재로서 부상하고 있다.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 하나가 있다.
뱃사람들의 길잡이가 되고 여행자들에게 안도의 숨을 내쉬게 하는 등대다.
바다와 육지가 맞닿는 곳에서 제일 먼저 사람을 맞이하는 등대는 고즈넉한 그 모습만으로도 인생의 길을 비추어 주는 곳으로도 자주 비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등대가 처음 선보인 것은 약 1백년 전부터. 일본군이 우리나라의 식량이나 자원을 일본으로 수송해가기 위해 짓기 시작하였다.
지금 남아있는 오래된 등대들이 모두 일본의 건축양식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기존의 등대가 노화되자 새로운 등대로 대체되면서 새로운 방식의 항로표지가 도입되었다.
이 때부터 등대의 정식 명칭도 '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 관리소'가 됐다.
등탑 하나와 음파를 전하는 혼 하나가 전부였던 재래식 등대가 디지털 방식을 도입해서 DGPS 송수신탑을 갖추고 라디오 비콘(Radio Beacon)을 사용하면서부터는 무선 항로 표지관리까지 하게 된 것. 단순히 빛을 발하는 것 이상의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건물뿐만 아니라 항로표지방법도 현대화되면서 등대를 관리하던 인력이 많이 줄어들자 등대내의 직원숙소가 비는 경우가 늘어났다.
해양수산부는 아이디어를 짜내 이 빈 공간을 일반에게 공개하여 등대의 이미지를 바꾸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엔 약 50여개의 유인등대가 분포되어 있지만 그중 해양수산청이 일반인들에게 개방을 허락한 곳은 전부 10곳이다.
그나마 안전도와 재보수 등을 이유로 몇 군데는 바깥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경남 통영의 소매물도 등대, 전남 신안의 홍도 등대, 전남 여수의 거문도등대, 제주도 산지등대,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등대 등이 찾아갈 만한 대표적인 여행지로 꼽힌다.
찾아가는 길은 험하지만 막상 다가가서 만나는 등대의 모습들은 다리품을 판 것을 보상받고도 남을 만하다.
자연과 어울려 그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저 바라만 보아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무엇이 있다.
등대에서 만나는 사람에게서도 다른 여행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따뜻함이 있다.
바다의 침묵 속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일과로 하루를 보내는 등대 관리직원들은 넉넉함과 너그러움으로 여행객들을 맞이해 주고 있다.
뭍이 끝나는 곳에 등대가 있고 그 등대로 인해 다시 바닷길이 열리고 그 중심에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등대로의 여행은 그렇게 길 아닌 길을 가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등대이용신청은 이곳으로 등대의 숙소를 이용하려면 이용하기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하고 가족단위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순위가 주어지므로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에 적합하다.
그러나 이곳에 묵지 않아도 등대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
신청은 각 등대가 소속되어 있는 지방해양수산청의 항로표지과로 하면 된다.
개방되는 10개의 등대는 부산의 영도 등대와 가덕도 등대(부산지방해양수산청 051-609-6392), 전남 여수의 거문도 등대, 오동도 등대(여수지방해양수산청항로표지과 061-660-9080), 경남 통영의 소매물도 등대(마산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 055-249-0380), 울산의 울기 등대와 장기곶 등대(울산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 052-228-5610), 전남 신안의 홍도 등대(목포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 061-242-1306), 제주도의 산지 등대와 마라도 등대(제주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 064-720-2670) 등이다.
이들 중 오동도 등대는 10월에 오픈예정이고, 영도등대는 보수 공사가 시작되었다.
소매물도는 안전시설공사를 준비한다.
글=한은희(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