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주춤했던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일부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들이 단기금융상품 투자를 늘리면서 부동화 현상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이후 27일까지 은행권의 저축성예금 잔액은 5조5천억원으로 월간 증가액으로는 올 3월 이후 최고치다. 투신권의 대표적인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잔액도 3조3천억원에 달해 올 2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같은 현상은 시중자금들이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금의 유통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개인과 기업자금을 중심으로 낮은 이자율인데도 불구,단기금융상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기성' 투자 전략이다. 부동산과 회원권 시장은 정책당국과 투기꾼 사이에 숨바꼭질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마치 고무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바로 옆이 불쑥 나오는 현상처럼 문제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정책당국이 투기억제책을 추진하면 곧바로 인접지역에서 투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금리인상을 통해 시중유동성을 총량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지난달 30일 증권·투신사 사장 간담회에서 전윤철 경제부총리가 한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발언이다. 앞으로 어떤 정책수단이 나올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역시 관건은 증시가 언제 살아나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전반적으로 풍족한 편이다. 새로운 변화라면 시간이 갈수록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물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8월 들어 29일까지 회사채는 3조3천4백억원이 발행된 반면 만기상환액은 2조1천8백억원에 그쳤다. 8월 한 달간은 약 1조원 이상의 회사채가 순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금리인상 가능성이 다시 논의됨에 따라 금리인상에 앞서 자금을 미리 확보해 놓으려는 기업들의 의도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설비투자 의욕이 살아나는 것도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는 이유다. 한편 미 달러당 1천2백원선을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이같은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엔·달러 환율의 등락폭이 심해지고 있으나 최근 들어서는 외환수급 요인의 환율결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달러화 수요 요인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도 월 초 수입 결제 장세로 전환되는 데다 신학기를 전후로 유학경비를 비롯한 외화 수요가 여전히 많아 보인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