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인 < 한국신용정보 대표이사 sikang@nice.co.kr > 당대에 엄청난 부를 쌓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신용이다. 이들은 자신의 신용을 지키려고 큰 희생을 감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래 상대방에 대한 판단기준도 신용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비단 역사적 인물들의 삶뿐만이 아니라 범부의 일상생활에서도 신용과 신뢰는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만들고 이웃간의 평온을 가져다주는데 필수적이다. 신용은 쌓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쉽다. '신용을 잃어 버리면 설 땅이 없게 된다'는 공자의 말씀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이나 기업이 신용을 잃어 크게 고생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신용은 자신이 정해 주장하는 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나 타인이 평가해 인정하는 것이어서 때로는 자신의 신용이 과소 평가됨을 억울해하고,반대로 그럴듯하게 과대 포장하기도 한다. 신용평가 업무를 하는 회사를 맡고 있다 보니 신용등급을 잘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마다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나도 알지 못하고 대신 제대로 평가받는 길은 있다고 답한다. 외부 환경이나 자기 회사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사의 신용도는 사실상 경영자가 더 잘 알게 마련이다. 물론 신용평가가 미래에 대한 판단이므로 신용평가회사와 평가를 의뢰하는 회사의 경영자 사이에 의견 차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평가 오류는 대부분 정보 부족이나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다. 특히 평가에는 경영진의 신뢰성이 중시된다. 합리적인 계획 수립과 실천 정도가 신뢰성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신용등급을 제대로 받는 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스스로가 매사에 바른 생각으로 성실하게 임하다 보면 신용은 저절로 자라기 시작해서 어느 날엔가는 말하는 대로 의심없이 믿어 주는 커다란 신용을 갖게 된다'는 아산 정주영선생의 말씀이 어느 때보다 가슴에 와닿는다. 또 '신용은 거울과도 같아서 한 번 금이 가면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다'는 아미엘의 말처럼 신용을 잃은 사람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기의 신용을 다시 인정해 주지 않음을 한탄하는 예도 많다. IMF 이후 신용평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어느 기업의 신용등급이 올라갔다는 소식은 바로 언론매체를 타고 안방으로 전해진다. 기업의 신용을 대변하는 것이 예전처럼 기업이 제시하는 담보나 외형이 아니라 객관적인 외부의 평가라는 점이 인식된 결과다. 설사 평가 오류 때문에 거꾸로 높은 등급을 받는다고 해도 얼마 못 가서 이는 바로 조정될 것이다. 미래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시간이 바로잡아 주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은 신용을 따라가는 것이지 신용등급이 신용을 끌고 가는 것은 아니다. ----------------------------------------------------------------- 한경에세이 필진 2일부터 바뀝니다 9~10월 집필은 강석인 한국신용정보 사장(월), 이병훈 남양알로에 사장(화), 안종운 농림부 차관(수), 지승룡 신흥증권 사장(목), 이성용(주)예쓰월드 대표이사(금), 시인 신현림씨(토)가 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