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증권분야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지난 주말 발표했다. 대량 허수주문 등 이상매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증권회사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하며 온라인 증권거래의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전자인증 제도를 조기에 실시하는 것 등이 골자다. 대우증권 직원이 불법계좌를 만들어 2백50억원어치의 물량을 팔아치운 최근의 사건이 당국으로 하여금 부랴부랴 이같은 대책을 내놓도록 했을 것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지만 그동안 한두번 소를 잃었던 것도 아니고 외양간 역시 수도 없이 고친 터여서 이번에도 대책은 그럴싸한데 정작 실효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의심부터 갖게 된다. 대책을 만들기가 무섭게 이를 우회하는 더욱 교묘한 편법이 등장하고 당국 역시 대책을 발표할 때만 부산을 떨 뿐 막상 시간이 지나면서 사후점검을 소홀히 한 탓일 것이다. 당국은 이번에야말로 불공정거래를 뿌리뽑을 수 있도록 제도 운영과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주기 바란다. 이번 대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신용도에 따라 투자자들의 위탁증거금을 차등 적용하고 기관투자가에게도 증거금을 물리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신용도에 따라 증거금을 차등화하는 것은 또 그렇다 하더라도 어쩌다 기관투자가조차 증거금을 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우선 그것이 개탄스럽다. 기관투자가라 함은 은행 증권 보험 투신 연기금 등을 말하는 것으로 이들은 모두 타인의 재산을 수탁받아 관리해주는 입장에 있는 제도권 기관들이다. 스스로가 증권시장의 신용및 결제체계를 담보하고 있는 것이 기관투자가라고 하겠지만 항차 증거금을 미리 내야 할 정도로 믿지 못할 존재가 되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들이 개인 투기꾼 못지않은 비정상적 거래를 자행해왔다는 얘기에 다름 아닐 것이다. 증거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다수의 개인투자자를 기만하는 허수주문 등 갖은 교묘한 주문행태를 자행한다면 이미 기관투자가로서의 혜택을 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기관투자가에 대한 신뢰는 고사하고 이들의 호가 장난 때문에 주식투자에 환멸을 느낀다는 개인투자자의 푸념까지 없지않은 것을 보면 증권매매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이미 정도를 넘어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증거금 제도변경을 기관투자가들은 뼈아픈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고 스스로 매매제도를 정상화하고 내부통제 체제를 확고히 갖추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