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증시가 고쳐야 할 점 .. 朴贊文 <전주대 경영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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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계좌도용사건이 터지는 등 불공정거래가 한국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는 한국증시의 몇가지 내재적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즉 주가의 과도한 단기 변동성과 투기 성향,그리고 미국시장에 대한 지나친 예속성이 바로 그것이다.
주가의 지나친 단기변동성은 주식매매가 장기투자보다 단기성 투기동기에 의해 이루어지는 데 기인한다.
주식매매가 단기성향을 갖게 되면 수급상황의 급격한 변화와 주가의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또 이러한 불안정한 증시여건은 장기투자를 억제하고 단기투자를 조장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우리나라 상장주식의 매매회전율은 주식의 단기매매 패턴을 반영,외국에 비해 현저히 높다.
투신권 펀드의 평균 운용기간도 1년 내외에 치중된 단기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주식매매가 단기성향을 띠게 된 것은 주식시장의 안정성 결여와 일맥상통하는 것이지만,주식의 장기보유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데도 원인이 있다.
주가의 단기 변동성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선물시장 제도와 연계된 현물시장의 교란 현상을 일으키는 시스템상 문제다.
즉 현행 제도상 외국인이나 기관 등 거액투자자는 선물매매에 대한 한도제한이 없는 상태에서 선물주가와 현물주가의 시세차이를 의도적으로 조성함으로써 하루 수천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매와 차익거래를 유발해 주가의 변동성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선진국과 달리 주식시장의 수요기반이 취약한 한국증시의 경우 선물거래에 대한 적절한 한도규제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다.
한국증시의 또 다른 특성은 미국시장에 대한 과도한 예속과 외국인 투자자의 과점적 시장지배력이다.
인터넷 등 정보전달매체가 발달하고,세계 주식시장의 상호연관성이 높아짐에 따라 주가변동의 국가간 이전효과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난 미국시장과의 비대칭적 동조화 현상과 때때로 나타난 역차별화 현상은 외국인의 한국증시에서 차지하는 우월적 지위를 반영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상장주식 시가총액은 35%에 달하는데 국내 기관투자가의 역할은 제한되고 있어 외국인이 사면 주가가 오르고,그들이 팔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미국시장의 주가가 등락할 때 외국인은 그와 연계된 요인 때문에,또는 그를 빙자해 한국증시의 주가 등락을 유발하는 것이 상례다.
한편 우리나라 대미 수출의존도가 20% 내외로 줄어들고,증시의 기초여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동조화(de-coupling)가 필요하다는 논의도 일고 있다.
이처럼 우리 증시에 내재된 비효율적 특성과 불안정 요인을 해소하고 건전한 발전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다음 몇가지 방안이 적극 강구돼야 한다.
첫째,주식의 단기매매를 억제하고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 증시의 성숙 단계에 비추어 볼 때 이제는 세제면에서나 가격정책으로 이를 추진할 때가 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사회정책적 측면에서도 타당한 방향이다.
둘째,주가의 급등락영향을 완화하고 증시의 합리적인 가격체계를 회복하기 위해선 선물매매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즉 선물매매에 대한 현행의 가격규제 외에 한도규제 제도를 도입해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과도한 차익성 선물매매 포지션의 축적을 조절함으로써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주가 급등락을 방지해야 한다.
셋째,주식 수요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외국인의 우월적 시장지배력을 극복하고 한국증시의 균형적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관투자가의 역할 증대가 필요하다.
그 동안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제약을 면치 못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한국증시의 비효율적 특성과 불안정한 여건으로 인해 그들의 역할 증대를 위한 수요기반이 미흡하고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 악순환의 고리 때문이었다.
이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히 끊을 때 간접투자자금의 확충과 기관투자가의 역할 증진 및 자발적인 참여확대가 이루어질 것이다.
cmoonpark@unitel.co.kr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