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하이닉스반도체를 미국 마이크론에 연내 매각토록 채권단에 종용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정부와 채권단에 따르면 금감위는 "하이닉스를 오는 12월 대선 전에 해외 매각해야 한다"는 방침을 최근 채권단에 통보하고 미국 마이크론과 접촉토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를 통해 조만간 마이크론에 하이닉스 인수의사를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채권단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하이닉스 처리는 채권단 자율로 결정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시장 여건상 매각이 여의치 않은데도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하다가는 헐값 매각을 자초할 것이라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금감위 '연내 매각'지시=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는 지난달 23일 오후 회의를 열어 도이체방크로부터 구조조정안을 보고 받을 예정이었다. 구조조정안의 골자는 '채무 1조8천5백억원을 탕감해 하이닉스를 매력적인 회사로 만든 뒤 비메모리부터 단계 매각한다'는 것. 또 메모리 부문의 매각은 서둘지 말고 반도체 경기 등을 감안해 시간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돌연 무기 연기됐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으로부터 사전 보고를 받은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도이체방크안 대로라면 연내 매각이 어렵지 않겠느냐"며 "연내 매각이 성사되도록 우선 마이크론과 접촉하라"는 지시를 내린 때문으로 전해졌다. ◆헐값 매각 불가피=채권단은 모건스탠리를 통해 마이크론과의 재협상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협상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아 고민중이다. 마이크론에 재협상을 타진한다는 것 자체가 불리한 입장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마이크론이 최근 3분기 연속 적자를 낸 데다 주가가 크게 떨어져 인수 여력이 거의 없다는 점도 비관적 요인이다. 올초 마이크론이 주식교환으로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할 때만해도 마이크론 주가는 35달러였지만 현재는 2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4월 협상때보다 인수조건이 좋아질리 만무한 상황이어서 헐값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올초 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때 정부가 정한 매각시한에 쫓기다 협상도 그르치고 결국 매각에도 실패한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