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은 브랜드가치와 영업관리능력,재무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업계 선두권에 있는 여성 의류업체다. 시스템 SJ 타임옴므 등의 브랜드는 명품의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반기 매출액은 7백40억원,영업이익은 1백83억원을 기록했다. 계절요인과 월드컵에 따른 매출둔화를 감안해도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8%,영업이익은 50%나 증가했다. 영캐주얼 브랜드 인지도 1위인 "시스템"은 전체 매출의 50% 가까이를 차지하지만 성장률은 5~7%에 불과하다. 하지만 "SJ"와 "타임옴므" 등 신규브랜드는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반면 각각 30%와 80%이상의 신장세를 보이며 새로운 성장동인이 되고 있다. 상반기 주가가 부진했던 이유는 부동산 투자유가증권 등 주력사업 이외의 부문에 투자를 지나치게 늘렸다는 투자자의 우려 때문이었다. 한섬은 풍부한 현금을 운용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지난 5월 KT민영화 컨소시엄에 참가해 1백44억원의 지분투자를 했다. 계열사인 타임아이엔씨의 KT지분투자 2백17억원까지 합하면 전체적으로 3백60억원이라는 적지않은 규모를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곳에 투자한 셈이다. 자체적으로는 KT의 EB(교환사채)물량 확보를 위한 안정적인 투자라고 판단했지만 투자자들의 시각은 곱지 못했다. 지난 3월 한 때 1만5천원을 웃돌았던 한섬의 주가는 이후 줄곧 하락,1만원 안팎까지 떨어진 상태다. 한섬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향후 주가움직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섬 주가에 또다른 변수는 지난 1999년 7월에 발행한 CB(전환사채)의 주식 전환가능성이다. 전환사채 만기는 올 12월31일이고 전환가격은 7천3백60원이다. 서울증권 강희승 연구원은 "아직 전환되지 않은 1백10억원 정도가 주가 상승시마다 물량으로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견실한 펀더멘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저가매수세가 유입돼 원활한 물량소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보였던 성장성과 수익성을 지속시킬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다른 의류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브랜드의 라이프사이클이 상당히 짧아진 상황인데도 한섬은 3~4년을 주기로 신규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기존 브랜드가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는 투자를 아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략에 대해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우려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서울증권 강 연구원은 "고급브랜드 유지와 안정적인 성장이라는 점을 살려내며 브랜드 이미지의 식상함과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한섬의 적정주가는 1만3천~1만4천원. 전체적인 시장여건만 우호적으로 바뀐다면 전환사채 물량부담과 성장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30~40%의 수익이 가능하다는 추정인 셈이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