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새로운 시장 환경의 조성과 변화가 기대되는 달이다. 환율 상승요인이 부각되고 있으며 지난달 철저하게 봉쇄됐던 1,180∼1,210원의 박스권 탈피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이번달 환율( 9. 2∼ 9. 30)은 차츰 상승세가 강해지면서 방향성을 찾아가는 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둔화됐던 시장 거래는 휴가철이 마무리됐음을 계기로 활기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승 추세 반전을 예감하는 시장 참가자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 수급상의 변화기미가 뚜렷하다. 그동안 하락 추세 속에서 강력하게 형성됐던 공급우위는 지난달 크게 시들었다. 경상수지 악화나 결제수요의 등장, 외국인 주식순매도가 영향을 과시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9.11 테러사태 1주년을 맞는 달러화 가치 변화도 관심사다. 뉴욕 증시와 미국 경제회복의 속도에 대한 판단이 중요요인이다. 116∼120엔에서 왕복달리기만 거듭했던 달러/엔 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갈피를 잡을 지는 좀 더 지켜볼 여지가 있다. 미국의 이라크공습 가능성도 돌발 변수다. 시장은 일단 무게중심을 위쪽으로 잡고 있다. 지난달 하순부터 우선적으로 드러난 상승요인이 시장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살얼음판을 거닐고 있는 미국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무방향성은 재차 하향을 시도할 가능성도 남겨놓고 있다. ◆ 박스권 상향 진단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9명을 대상으로 9월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81.95원, 고점은 1,221.58원으로 집계됐다.(※ 외환표: 은행권 딜러 월간환율 전망치) 지난 8월 장중 저점인 1,175.70원, 고점인 1,213.00원에서 소폭 상향한 수준. 전반적으로 상승세가 강해지는 계기가 되는 달이 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조사결과, 위쪽으로 각각 6명의 딜러가 '1,220∼1,225원'과 '1,210∼1,215원'을 상승의 한계로 내다봤다. 이어 5명의 딜러가 '1,230원'까지 고점을 높일 것으로 전망, 전반적으로 전 고점(1,213.00원) 상향에 대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소수의견으로 각각 1명씩의 딜러가 '1,250원'과 '1,205원'을 들었다. 아래쪽으로는 각각 7명이 '1,180∼1,185원'과 '1,190원'을 저점으로 지목, 8월 박스권 하단의 1,180원에 대한 지지 견해가 우세했다. 이어 2명씩의 딜러가 '1,160원'과 '1,170∼1,172원'에서 저점을 형성할 여지가 있다는 관점을 보였다. 소수로 1명이 '1,200원'을 지지선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9월 환율이 박스권을 깨고 방향성을 획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8월 동향 = 지난달 환율은 철저한 박스권 테두리안에 갇혔다. 앞선 달까지 이어진 거침없는 하락 추세는 휴가철의 본격적인 도래와 유동성 부족의 계절적 요인을 맞닥뜨리며 주춤했다. 뉴욕 증시의 반등과 미국 경제회복 기대감으로 달러/엔이 120엔대로 올라선 것을 반영, 달러/원은 장중 1,213.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달러/엔이 이후 117∼119엔에서 묶인 사이 달러/원도 1,180∼1,210원 거래범위에서 등락만 거듭했다. 특히 월말로 접어들면서도 업체들 네고물량 공급이 예상보다 적어 환율은 1,190원대 진입이 쉽지 않았으며 1,201.90원에 한달을 마감했다. 엔/원 환율이 1,020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두 통화간 연결고리가 크게 느슨해졌다. ◆ 달러수요, 공급을 앞지르다 = 지난 4월 중순부터 진행된 환율 급락 추세에서 달러수요는 뒤로 꽁무니를 뺐다. 살만한 명분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이같은 그림이 바뀌었다. 업체들의 네고물량 공급이 뜸해진 반면 정유사 등을 중심으로 한 결제수요가 꿈틀거렸다. 8월 여행수지 적자폭 확대로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제기됐고 외국인이 주식순매도에 치중하면서 수급상 빠듯한 모양새가 그려지고 있다. 분기말을 앞둔 송금수요 등이 발생할 여지도 충분하다.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우세하면 자본수지가 경상수지를 충당할 여지가 있으나 현재는 꼭 그렇지만도 못한 상황. 이처럼 공급이 환율 하락을 뒷받침하지 못하자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달러매수(롱)심리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외환은행 하종수 딜러는 "그동안 급락하면서 미뤘던 결제수요가 살아나고 선네고가 많았던 탓에 9월중에 밀어내기 네고는 많지 않을 듯 싶다"며 "분기말 송금수요나 차환 원리금상환 등도 있으니까 9월에는 결제우위가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외자도입여부나 결제수요의 레벨 판단도 일방적인 수요의 유입을 장담하지 못하는 요인. 결제수요도 높은 레벨에서는 유입이 자제되고 낮은 레벨에서 우선적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우리은행 박시완 딜러는 "수요부각에 대해 긍정은 하고 있으나 9월중 외자도입건이 얼마나 될 지에 따라 수급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4% 늘어난 141억6,200만달러로 23개월만에 2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수입은 13.8% 증가한 129억2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2억6,000만달러 흑자로 올들어 8월까지 누계액이 70억달러에 달해 연말까지 100억달러 달성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미국 및 달러/엔 '오리무중' = 미국 경제회복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 경제를 받치고 있는 소비심리의 악화나 부진한 경제지표 등은 미국 경제회복에 대한 '의구심'을 계속 주입시키고 있다. 혼조세를 거듭하고 있는 뉴욕 증시 동향도 달러화와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달러화 가치는 이같은 미국 경제회복 선행지표와 뉴욕 증시에 따라 변동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결정 여부도 중요한 기준점이다. 일부에서는 10월에나 미국 경기회복 시점이 판가름날 것으로 내다보고도 있으나 미국의 이라크 공습 시점에 따라 변수가 돌출할 가능성도 있다. 달러/엔 환율은 위아래 양방향과 박스권 유지 가능성을 놓고 오리무중이다. 어느 한쪽으로 쉽게 치우칠만한 요인이 뚜렷하지 않다. 달러/엔은 최근 120엔대 등정이 거듭 꺾인 상황에서 전 저점인 115엔대 하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개입 경계감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 경제의 회복 강도에 따라 달러/엔은 재상승 의지를 북돋을 수도 있다. 특히 달러/엔은 9월말 반기 결산을 앞두고 일본 현지 업체들의 본국 송환수요에 대한 변수가 있다. 최근 원-엔간 비율이 확대됐다. 달러/엔의 하향에도 국내 수급이 뒷받침하지 못함에 따라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20원대까지 치솟았다. 서울 외국환중개 고시기준으로 엔/원이 지난 3월 12일 1,027.63원까지 오른 이후 연중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는 셈. 시장 참가자들은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조흥은행 김장욱 딜러는 "달러/엔 오르는 것에는 반응 속도가 민첩하나 내리는 것에는 둔감하다"며 "쉽게 달러매도에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며 아래로 다져지면서도 위로 크게 날아갈 장세는 아닐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