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군사기술은 민간분야 기술과 공유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민간과 군사부문에서의 차이가 없다. 원자폭탄 제조기술에서 원자로 제조기술이 응용됐고,빠른 속도의 전투기가 비 내리는 활주로를 사뿐히 내려 앉을 수 있는 기술이 자동차의 ABS 브레이크 기술로 연결되어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고 있다. 다목적 실용인공위성이라는 것도 기상관측 재해감시 지질조사 등 다방면에 걸쳐 인류복지에 기여하고 있지만 안전보장 측면에서도 상대방의 군사적 움직임을 세밀히 살필 수 있기 때문에 국방전략 수립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다가서고 있다. 통신위성이나 방송위성이 없으면 하루도 생활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정작 우주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홍보 부족 탓도 있겠지만 우주산업은 우주만큼이나 멀리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선입견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지구 높이 떠 있는 인공위성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가까이 관여하고 있는가는 카 내비게이션(Car Navigation)시스템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번도 가 보지 않은 길도 이 장치만 있으면 손쉽게 찾아 갈 수 있고,아이에게 GPS장치를 채워주면 길을 잃어 버려도 아이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인공위성은 멀리 떠 있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상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일본은 인공위성을 통해 오논 강 유역을 중심으로 칭기즈칸의 묘를 찾고 있고,캄보디아에 매설된 엄청난 양의 지뢰를 위성사진을 통해 판독하고 있다. 군사분야에서도 인공위성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은 걸프 전쟁과 아프간 전쟁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상대방 전력을 면밀히 파악함으로써 인명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서해 교전에서도 미국의 인공위성을 통한 정보획득 능력이 없었다면 우리가 먼저 공격했다는 북한의 억지주장을 무마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2002년 말까지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우주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분주하게 서두르고 있고,2005년부터는 인공위성을 자력 발사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관심을 끄는 위성발사는 2004년 4월 중국 남서부 쓰촨성에서 중국 로켓 '장정'을 빌려 발사하는 아리랑 2호다. 이 위성은 해상도(解像度) 1m로 고도 5백㎞ 상공에서 지상의 자동차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지구탐사 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예방적 안보능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위성은 광학위성으로 구름이 많이 끼거나 비가 많이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레이더위성이 반드시 보완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레이더 위성은 지상에 전파를 쏘아 그 반사파를 '화상데이터'로 바꾸어 지상을 관측하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밤 낮, 그리고 날씨에 관계없이 관측이 가능하다. 다만 화질이 광학위성보다 떨어지는 단점이 있기에 광학위성과 레이더위성이 한 세트가 되어야 충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한반도 주변 국가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독자적인 정보획득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방과 한반도의 움직임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는 데 우리만 그런 능력이 없다면 한국의 안보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광학위성의 발사는 계획돼 있으나 레이더위성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이에 대한 계획수립이 절실하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위성의 수명은 5년 정도다. 발사 3∼4년 뒤에는 후속 위성을 쏘아 위성공백이 없는 치밀한 우주이용정책이 요구된다. 인공위성은 로켓이라는 운반체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로켓발사능력의 보유도 똑같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연속발사 성공률의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아리안로켓의 개발배경은 프랑스가 미국의 로켓을 빌려 발사하려 할 때 '프랑스는 로켓시장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요구하자,독자개발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인공위성발사를 언제까지나 남의 나라에 부탁할 수는 없다. 독자적인 정보획득력이 없으면 진정한 독립이 없다는 것이 21세기의 안전보장개념이다. kmkim@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