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하이닉스반도체는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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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료 수수료 이자로 다 빼앗아 먹고…다시 매각론이 흘러나오고…위탁경영론까지 등장하는 지경이라니…."(하이닉스반도체 소액주주 게시판)
하이닉스는 지난 2년간 구조조정과 매각추진과정에서 각종 명목의 수수료로 8백18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컨설팅수수료 지출이 두번째로 많은 대우자동차(2백94억원)의 3배 수준에 달하는 것이며 서울은행(79억원) 대한생명(71억원)에 비해선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하이닉스는 구조조정을 시작한 지난 2000년 말 미국계 투자은행인 살로먼스미스바니로부터 정밀실사를 받은 이후 최근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각종 실사와 컨설팅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도이체은행이 구조조정방안을 새로 만들고 있으며 미국의 모건스탠리가 매각추진업무를 담당키로 했다.
외국계 투자은행과 컨설팅회사들로서는 끊이지 않고 '일감'을 만들어 대는 하이닉스만큼 좋은 거래처가 없는 셈이다.
실사와 컨설팅은 대부분 정부와 채권단이 기획하고 의뢰하지만 비용은 하이닉스가 고스란히 부담한다.
상반기 중 4천억원대의 손실을 기록한 하이닉스로서는 컨설팅에 따른 비용이 큰 부담이다.
하이닉스측은 실사와 컨설팅이 거듭되고 이를 둘러싼 추측과 잡음이 난무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점을 보이지 않는 손실로 꼽았다.
직원 및 주주,거래업체들이 겪는 불안감은 기업가치를 수 천억원어치 이상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래도 대규모 부실기업을 처리하는데 도움이 된다면야 이 정도 부담은 감수할 만도 하다.
그러나 컨설팅을 되풀이하면서도 막상 하이닉스 처리 방안은 컨설팅 결과와는 따로 논다.
이번에도 금융감독위원회는 선(先)채무조정을 골자로 한 도이체은행의 제안은 제쳐놓고 마이크론에 대한 매각을 당장 재추진토록 채권단을 채근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때문에 당초 7월말께 나오리라던 도이체은행의 구조조정방안은 아직도 공식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무시된 채 현실성 없는 방안들이 무리하게 추진되는 것을 보면 하이닉스가 지난 봄 매각협상때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김성택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