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를 보이자 자산거품을 막기 위한 선제적 통화정책이 미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거품을 빼기 위한 선제적 통화정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그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마틴 펠드스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회장은 "효율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주말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FRB 연례총회는 미 통화정책의 운용 방향을 놓고 이같은 입장 차이가 뚜렷이 드러난 자리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자산 거품 빼기 위한 선제적 통화정책은 불가능=그린스펀 의장은 "자산가치가 계속 상승할지 여부를 확신할 수 있는 중앙은행은 없다"며 "일단 거품이 빠지고 나면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낮은 금리로 공세적 대응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또 "중앙은행이 선제적 통화정책을 펴더라도 거품만 잡아낼 수는 없다"며 "적절히 금리 인상 등의 정책을 펴면 거품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환상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 활황은 낮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와 실수요 등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어 거품이 아니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따라서 자산 거품을 막기 위한 통화정책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거품 잡기 위한 선제적 통화정책 필요=펠드스타인 회장은 "통화정책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며 자산가치의 거품을 진정시킬 수 있는 선제적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펠드스타인 회장은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자산거품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다 팽창된 통화정책이 자산가치의 거품을 야기할 수 있다"며 자산거품의 원인을 잘못된 통화정책으로 돌렸다. 따라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추가 금리인하는 절대 안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오히려 자산거품의 급격한 붕괴가 이뤄지기 전에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라고 요청했다. 연방은행의 일부 관계자들도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며 거품붕괴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