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엄청난 컨설팅 비용 잘 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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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과 부실 대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컨설팅 비용과 각종 수수료 지급이 지나치게 과다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병석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하이닉스 대우자동차 현대건설 등 3개사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지금까지 지출된 컨설팅 비용은 1천1백59억원,그리고 서울은행 제일은행 대한생명 등 금융회사들은 매각 수수료 명목으로 최소 1백83억여원을 지급했거나 지급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컨설팅 또는 각종 수수료는 기업 구조조정과 매각추진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고,국제관례 또는 관행에 따라 합당한 대가를 지불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우선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대우자동차를 제외하고 이들 기업 또는 금융기관들의 처리가 지지부진하고 깔끔하게 매듭지어진 게 없다는 점이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돈은 많이 들어갔는데 소득은 거의 없는 게 아니냐는 판단 때문이다.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이미 마무리됐거나 진행중인 사업의 컨설팅비용까지를 셈해 볼 때 그 규모가 수천억원을 훨씬 넘으리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고 보면 사업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과연 낭비요인은 없었는지 되짚어 볼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외환위기이후 국내 컨설팅시장은 외국사들에 노다지를 안겨준 것과 다름없다는 시중의 루머처럼 활황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국가부도 위기에까지 몰렸던 상황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바가지'를 쓴 측면도 없지않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문제시하는 것은 발주자들의 자세다.
모든 문제를 외국사의 컨설팅을 받아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지금도 일반화돼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좋은 의미에서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 꺼풀을 벗겨 보면 책임회피의 의미가 더 크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국내 컨설팅업체가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과제까지도 형식상 외국사의 이름을 빌리는 경우도 없지않았을 것이다.
특히 공적자금이나 은행자금이 투입돼 사실상 정부지배하에 있는 기업 또는 은행들의 경우 그럴 개연성은 더욱 크다.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혁신의 노하우를 접목시키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보지만 불필요한 컨설팅의 남발로 인한 낭비요인은 없는지 한번쯤 따져 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