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첫날부터 삐걱대는 예산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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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기국회가 개회됐지만 첫날부터 공적자금 국정조사 대상기관 선정 등에서 삐걱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않아도 병풍(兵風) 등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정치권이 예산국회마저 정쟁으로 지새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더구나 올해는 12월 19일의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기국회 회기를 30일 가량 단축,운영키로 했기 때문에 새해 나라살림을 심의하는데만도 일정이 빠듯하다.
어디 그 뿐인가.
지금 우리는 수십년만의 큰 수재로 수많은 이재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철도와 도로가 끊겨 물류대란이 예상되는가 하면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가격 앙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당장 수해복구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서둘러 편성해야 할 형편이다.
국회는 당분간만이라도 당리당략을 접어두고 민생안정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예정된 의안들에 대해 대충대충 넘어가자는 얘기는 아니다.
국정조사이건, 국정감사이건 될수록 의안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컨대 공적자금 국조특위는 과연 국민의 세금이 허실없이 집행되고 효율성이 높은 부문에 쓰여졌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국정감사는 폭로위주의 한건주의를 지양하고 정책입안과 집행의 잘잘못을 가리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새해 예산심의에 있어서도 과거처럼 야당은 깎는 것이 잘하는 일이고,여당은 정부안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색내기용 심의자세는 이제 버려야 할 때가 됐다.
당면한 경제상황과 여건을 충분히 감안해 한정된 재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세법 등 예산부수법안은 물론이지만 고용보험법 민법 등 국민생활 안정에 필수불가결한 갖가지 법안들이 제출돼 있다.
행여라도 과거처럼 그같은 민생법안들이 정치쟁점에 밀려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사태가 있어선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심의도 하지 않은채 시한에 밀려 무더기로 방망이만 두드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정치권 스스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매사를 대선전략과 연계시켜 정치쟁점화하는 잘못을 되풀이하게 된다면 그만큼 민심이반을 가속시킬 것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가뜩이나 엄청난 수해로 고통받는 민심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정기국회 만큼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쟁을 자제하면서 예산국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