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 홈쇼핑업체 내부에 경영 불안정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대주주간 힘겨루기가 법정 다툼으로 확산되는가 하면 대표와 간부 직원들간 파열음이 고조되고 있다. 농수산TV의 경우 최근 팀장급 이상 간부 22명이 백갑종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회사측은 이에 정면 대응,일부 간부들을 인사조치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농수산TV는 현재 이길재 대표이사 회장,김수혁 대표이사 사장,백 대표 등 3명의 대표가 공존하고 있다. 기형적인 경영구조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농수산TV의 탄생과정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의 산파역은 김 사장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원래 우리나라 최대 농민단체 중 하나인 '한농연(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의 조직부장 출신이다. 김 사장은 농어민들의 판로 확대를 위해 농수산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TV홈쇼핑 업체 설립을 추진했다. 농민운동밖에 몰랐던 그는 홈쇼핑 사업을 경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 소규모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정부가 홈쇼핑 채널을 늘리기로 방침을 정하자 그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정계에 발이 넓은 이 회장과 하림 수협 등을 끌어들이고 여러 시민단체와 지자체들의 지원을 등에 업어 사업자 선정 경쟁에서 1등을 차지했다. 지난해 3월의 일이다. 농수산TV에 최고 점수를 준 방송위원회도 농어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누누이 강조했다. 이렇게 태어난 농수산TV가 내부 균열에 휩싸인 계기는 최근 최대주주 하림의 대리인격인 백 대표가 부임하면서부터다. 백 대표가 오면서 농수산TV는 먹거리 중심의 기존 판매구조에서 공산품과 패션상품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돈이 안되는 생식품 장사를 줄이고 돈이 되는 상품을 늘린다는 것은 자본을 댄 주주로선 어쩌면 당연한 경영 행태다. 문제는 탄생의 명분이 헌신짝처럼 버려진다는 데 있다. 방송위가 높은 점수를 주어 선정한 또 다른 사업자인 우리홈쇼핑도 내부가 시끄럽기는 마찬가지. 대주주간 경영권 분쟁으로 이들을 대리한 임원들간 마찰이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새 사업자를 뽑은 지 1년반 만에 이런 문제점이 송두리째 드러나고 있는데도 방송위는 한 마디 말이 없다. 선정 당시 '최우수 선수'라고 칭송받던 회사의 경영실적이 밑바닥을 헤매고 임직원간 다툼이 노골화된 현실은 코미디 중에서도 3류 코미디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