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외신들 하나銀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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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가재는 게 편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 한 것 아닙니까?"
3일 아침 기자를 만난 하나은행 관계자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다소 격앙된 표정의 그의 손에는 이날 배달된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들려 있었다.
그를 흥분케 한 것은 증권면의 'Heard in Asia'란에 실린 기사였다.
기사의 요지는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해 덩치를 키우더라도 주가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것.
AWSJ는 그 근거로 '서울은행은 한보그룹을 비롯해 대우그룹,하이닉스반도체 등에 대한 채권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데다 한국정부도 서울은행의 무수익여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전망'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또 '서울은행이 정부보증으로 지난 91년 러시아에 대출한 1억1천만달러의 여신도 완전히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자산건전성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같은 내용 대부분이 왜곡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은행에는 하이닉스반도체나 한보·대우그룹에 대한 채권이 한 푼도 없다는 것.
하나은행과 론스타가 공히 풋백옵션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러시아채권 문제도 하나은행이 면책(indemnity)을 요구했기 때문에 설사 회수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하나은행측 손실은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AWSJ은 서울은행 입찰이 시작될 때부터 하나은행측에 불리한 기사만 싣더니 이제는 서울은행에 대해 흠집을 잡고 있다"며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 같은 사례"라고 비꼬았다.
물론 이 관계자의 주장이 1백% 옳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닌게 아니라 하나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외신들이 한국정부와 하나은행에 대해 잇따라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싣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중 상당부분은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일부는 사실을 왜곡해 특정세력을 두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때 금과옥조처럼 받들어 모셨던 외신 보도도 이제는 이해관계자들의 역학관계를 고려하면서 가려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