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아시아 여러나라의 요리를 만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80년대 초반 인도 식당 "아쇼카"와 90년대 베트남 식당 "라우제"가 선구적 역할을 했다면 대중적 확산의 공로는 90년대 중반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퓨전식당들에게 돌려야할 것이다. 이들 퓨전식당은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우리 입에 맞는 요리들을 개발,이국적으로만 느껴지던 아시아 요리들을 친숙하게 만들었다. 아시아 요리는 향이 강하다. 향초,향신료 그리고 다양하게 쓰이는 젓갈 때문이다.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러운게 사실이지만 접하다 보면 그 맛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는 필리핀,터키,싱가포르 음식을 소개한다. MISSES MAI(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778-7718)=다민족 국가로 이뤄진 싱가포르는 음식 또한 각국의 전통요리가 혼재돼 있어 마치 아시안푸드의 전시장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현지에서도 싱가포르 전통음식을 맛보는 것은 쉽지 않다. MISSES MAI에는 기름에 튀긴 스프링롤,팬케익,해물토스트와 부드러운 샤부샤부 롤이 전채로 준비되어 있다. 값싸고 맛있지만 양이 적다. 싱가포르식 쇠고기 볶음 국수가 인기 메뉴.넓적한 쌀국수에 브로컬리,달걀,새우,땅콩 등을 넣어 자극적이지 않고 고소하다. 미 크리스피는 바삭하게 튀긴 쌀국수에 소스를 얹은 이색 요리로 과자같이 튀겨진 국수가 소스에 녹아 부드러워질 때까지 먹는 재미가 느껴진다. 일본의 나가사키 차우멘과 비슷하지만 은근한 매콤함이 느껴진다. 이스탄불(동부이촌동 LG프라자2층;790-9790)=동부 이촌동 한가람 아파트 건너편에 자리잡은 작지만 실력있는 터키요리 전문식당.세계적으로 유명한 도네르 케밥과 쉬시 케밥을 먹어 볼 수 있다. 길게 쌓아올린 양고기를 돌려가며 불에 익혀 얇게 썬 후 구운 토마토와 야채를 곁들여 먹는 도네르 케밥은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양고기와 닭 가슴살을 길쭉한 꼬챙이에 꽂아 참숯에 구워내는 쉬시 케밥은 조금 질기지만 양고기의 육즙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한 번 도전해 볼 만하다. 우리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요리는 사츠타와.소고기 안심을 잘게 썰고 토마토,버섯,피망,치즈를 넣어 자박하게 끓여내는 터키식 스튜다. 담백하고 쫄깃한 터키식 빵과 함께 하면 더욱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디저트도 인상적이다. 스펀지 케익을 꿀에 재운 레와니는 촉촉하고 달콤한 맛이 그만이다. 쌀과 우유로 만든 푸딩 무할레비는 고소함이 혀끝에 감돈다. 부드러운 터키홍차 차이와 커피 카흐베시는 거칠고 무거운 느낌이 들지만 혀에 닿는 순간 증발하듯 진한 향만 남긴다. 델몬트(혜화동 혜화파출소 옆;763-0635)=서울에서 필리핀 요리를 맛 볼 수 있는 곳은 단 세곳.바이오 비에스타,필리핀 레스토랑,그리고 이곳 델몬트다. 혜화성당을 찾는 필리핀 고객들을 위해 일요일만 영업을 한다. 가장 인기있는 요리는 아도보.돼지고기에 토마토 케첩을 넣고 끓여 새콤달콤한 맛이 인상적이다. 무 대신 배추,가지 등의 야채로 새콤하게 끓여내는 소 갈비탕 시니강과 닭고기,양배추,당면을 기름에 볶은 반싯이라는 필리핀 잡채가 특히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는다. 한 번 삶아낸 족발에 야채와 까레가루 그리고 땅콩잼으로 고소한 맛을 더한 까레까레도 인기 메뉴다. 모든 요리는 4천원 균일가. 동남아 야시장 모습 그대로의 분위기에 음식은 비닐을 씌운 국그릇에 담아 제공된다. 필리핀 고객들은 고향에서처럼 남은 음식을 비닐에 싸 가기도 한다. 이제는 사라진 베트남 요리의 원조 "라우제"가 있던 자리. < 김유진.맛 칼럼니스트.MBC PDshowboo@dreamw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