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58)은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삼성그룹에 입사(66년)한 뒤 줄곧 전공분야에 몸담으면서 최고경영자에 오른 대표적인 테크노 CEO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윤 부회장을 2001년 아시아 경영인으로 선정했으며 '포브스'는 그를 '한국의 기수'라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별칭은 '포천'이 붙여준 '기술 마법사(Tech Wizard)'라는게 주변의 설명이다. 이공계 출신이라는 자긍심을 엿볼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삼성전자 기획조정실장 TV사업부장 VCR사업부장을 거쳐 가전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90년대 중반 삼성전기와 삼성전관 대표이사를 지낸 기간을 제외하고는 삼성전자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의 대표적 성과는 사업부장으로 VCR 사업의 기반을 닦은 것과 디지털 컨버전스의 틀을 세웠다는 것 두 가지다. 그가 맡았던 VCR는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 최대의 관심사업이었다. VCR는 지금도 삼성이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품목. 그는 '삼성전자 30년 사사(社史)'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VCR'란 제목으로 당시 에피소드를 실었다. 그는 "반도체,PC와 함께 VCR가 선대 회장의 관심품목이기 때문에 무척 스트레스를 받았다….원형 탈모증에 걸리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디지털 컨버전스'란 휴대폰 컴퓨터 TV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융합하는 것으로 컴퓨터 및 가전업체가 나아갈 사업방향으로 꼽힌다. 이 사업에도 윤 부회장이 크게 기여했다. 외환위기 때 '가전 디지털미디어 통신처럼 수익성 낮은 분야는 떼내고 돈벌이가 되는 반도체에 집중하라'는 외국 애널리스트들의 주문이 쏟아졌을 때도 그는 "10년 뒤를 내다보고 사업해야 한다"고 맞섰다. 여러 분야를 균형있게 발전시켜 디지털 컨버전스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덕택에 2001년에 몰아닥친 반도체 불황에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테크노 CEO다. 중국의 '대학'에 나오는 '격물치지(格物致知)'라는 표현을 즐겨쓴다. '모든 문제와 해결책은 현장에 있다' '품질은 회사의 양심이며 회사 존립의 근원이다'고 자주 강조한다. 해박하면서도 꼼꼼해 '걸어다니는 사전''메모광'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윤 부회장의 보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된 적이 없다. 주주총회에 보고된 2001년 등기이사의 보수를 근거로 할 경우 윤 부회장의 연봉은 36억원선인 사내 등기이사의 평균치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