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현장 방문 도지사도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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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님,우린 이제 워떻게 해야 헌디유.그저 막막혀서 일손도 안 잡히고 가슴만 답답허네유."
이원종 충북지사가 미국 방문 일정을 중단하고 5일 귀국, 충북 영동 수해 현장을 방문했다.
13시간의 비행 끝에 이날 오전 6시3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내린 이 지사는 곧장 세 시간을 달려 영동 황간면에 도착했다.
벽은 물론 방 절반이 사라져버린 집을 지키다 이 지사를 맞은 황간면의 70대 촌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길 안내를 자청한 50대 남자는 "영동 주민들이 다 죽게 됐습니다.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도록 지사님이 힘을 쓰셔야 합니다.
만약 안되면 지사님에게 쫓아갈 겁니다"라고 악을 쓰듯 외쳤다.
황간을 거쳐 매곡면으로 들어서면서 상황은 더욱 참혹했다.
10여채가 있었다는 하천변에는 건축물 잔재만 널려 있을 뿐 집 형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군 장병들과 트럭 몇 대가 연신 치워대고 있었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건축 폐기물을 말끔히 정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면 소재지가 하천변에 위치해 있는 상촌면은 '흙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하천이 범람하면서 들이닥치는 바람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20여채의 집들엔 물과 흙으로 범벅된 가재 도구가 모두 쓸모없는 쓰레기로 변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복구는 고사하고 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다니며 쓰레기들을 치우기에도 일손이 부족해보였다.
이재민들에게 "힘을 내라"거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용기를 심어주던 이 지사도 눈앞에 펼쳐진 피해 상황에 혼잣말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난감해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황간면 하천변 포도재배 시설 하우스를 방문한 이 지사는 3천㎡ 이상의 포도재배 시설이 물에 휩쓸려 널브러져 있고 수확을 목전에 두었던 잘 영근 포도들이 길바닥에 널려 있는 것을 보고는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말문이 막힌다"고 현장 방문 소감을 밝힌 이 지사는 "정치권과 중앙부처에 영동의 피해상황을 상세히 알려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영동=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