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기구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한 '지분율 높이기'에 나섰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한국시간) 멕시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기구(APEC) 재무장관 회의에서 "주요 국제기구들에 대한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출연 지분이 경제규모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IMF와 세계은행 등에 대한 각국의 출자지분율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8월초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국제금융국장회의 합의에 따른 것이어서 동아시아 3국간 공조여부가 주목된다. ◆경제규모에 못미치는 지분율 한국은 교역규모 기준으로 세계 12위,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5위(2000년말 기준)에 올라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적으로 한국의 세계은행 출자지분율은 1.01%에 불과하다.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이상 2.85%) 네덜란드(2.26%) 브라질(2.12%) 등 경제규모가 한국과 비슷하거나 낮은 국가들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IMF에서의 위상은 더욱 낮다. 한국의 IMF 지분율은 0.77%로 세계 28위에 머물러 있다. 발언권이 그만큼 약할 수 밖에 없다. IMF는 GDP와 외환보유액 경상지급·수입액 등을 근거로 각국의 지분율을 산출하는 공식을 정해놓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IMF의 계산공식에 따라 출자비율을 재조정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 공식에 따르면 한국의 지분율은 1.84%로 높아져야 한다. ◆공조체제 구축한 한·중·일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국제 경제기구에서 경제규모에 비해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급속히 성장한 중국은 IMF 지분율이 2.98%에 불과하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도 6.23%로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관건은 국제기구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대응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들 국가는 지분율 조정에 따라 자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출자금 증액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0월 열릴 APEC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놓고 한·중·일 3국과 미·유럽 간에 한바탕 논전이 펼쳐질 전망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