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리옹 모드 시티(Lyon Mode City)'는 세계 최대규모의 란제리·수영복 박람회다. 란제리와 수영복 제품의 원단 및 소재전도 함께 열린 이 박람회는 업계 전문가들만을 위한 것으로,올해도 세계 각지의 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에서 1만8천명이 찾았다. 한국에서도 매년 수백명의 업계 관계자들이 이곳을 방문,시장동향을 조사하고 구매도 한다. 그러나 한국 방문객수가 이처럼 많은데도 리옹 모드 시티는 오랫동안 한국 업체들엔 문을 열지 않았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정회원 업체들이 한국 업체 참가에 부정적이어서다. 한국인들이 전시 제품을 그대로 베껴 다음해에 모방품을 선보일 것이란 경계심 때문이다. 그런 리옹 모드 시티가 올해 한국 기업에 문을 열었다. 소재와 란제리,수영복 부문에서 효성과 CJ39 피델리아,중소기업 카스 토네이드가 각각 참가했다. 효성은 듀폰과 바이엘 등 세계적 기업과 나란히 대형부스를 설치하고 고급 기능성 인텔리전트 섬유 신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아동수영복을 출품한 카스 토네이드는 박람회 첫날부터 10만달러에 이르는 상담 실적을 기록하는 등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한국 방문을 통해 섬유 및 패션산업 규모와 수준을 직접 확인했다는 게티에 리옹 모드 시티 조직위원장은 "아시아의 듀폰으로 불리는 효성의 참가는 당연한 것"이라며,향후 한국 업체들에 문호를 더 개방할 뜻을 밝혔다. 넘기 힘든 벽처럼 보이던 리옹 모드 시티에서 우리 기업들이 유럽 업체들과 겨루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방문객 중에는 전시장에서 버젓이 스케치 북을 꺼내 신제품 모델을 베껴 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외국 업체 관계자가 '치사한 복사(me too shit)'란 상스런 소리를 해도 '사진만 찍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며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어떤 그룹은 외국 업체 부스에서 란제리 단추를 몰래 뜯어 온 것을 무용담처럼 말한다. 소수의 이같은 몰상식한 행동으로 한국 업체에 대한 리옹 모드 시티의 호감이 냉각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리옹(프랑스)=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